"심한 가슴통증 참으면 낭패"
우리 몸에 혈액과 영양분을 공급하기 위해 심장은 하루에 약 10만번 이상 펌프질 한다. 이때 박동이 강하게 뛰려면 심장근육을 싸고 흐르는 3개의 관상동맥이 깨끗하고 튼튼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사람들의 평균수명 연장과 식생활 서구화로 인해 비만과 당뇨, 고지혈증과 고혈압이 늘면서 수도관이 녹슬 듯 관상동맥도 점점 좁아지고 약해지고 있는 추세이다. 정도의 차이가 있으나 대개 관상동맥은 50~80%가 좁아지면 협심증, 100%가 막히면 치명적인 심근경색을 유발한다.
경북대 의대 순환기내과 전재은(61) 교수는 경북대병원에서만 30년 가까이 근무하면서 환자마다에 적합한 '맞춤처방'방식으로 관상동맥질환을 치료해온 의사로 이름이 나 있다.
"관상동맥질환은 병의 특성상 고혈압'당뇨'고지혈증 같은 동반질환이 있는 경우가 많고 증세도 느리게 진행되기 때문에 지속적인 관찰과 최적의 약제를 쓰지 않으면 치료효과를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단순히 현재 드러난 질환에 맞는 약만을 쓸 경우 오히려 환자에게 해로울 수 있어 원인질환의 파악, 합병증 유무 등 종합적인 평가를 통해 처방해야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전 교수는 강조한다.
첨단의료기구의 발달로 오히려 진단은 쉬워진 대신 내과적 치료법의 접근에서는 점점 복잡해지고 있다."초임 때 단 4가지뿐이던 고혈압 약이 현재는 100여 가지가 넘습니다. 그런데 고혈압 환자의 90%는 정확한 혈압 상승의 원인을 모를 때가 많습니다. 특효약이 없다는 방증이기도 하죠." 여기에 내과의사가 딜레마가 있다. 고혈압이나 관상동맥질환자의 약 80%는 심장과 뇌, 신장 등의 질환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만일 계속 쏟아져 나오는 신약에 대한 정보와 성분별 특징은 물론, 어떤 환자에게는 어떤 성분의 약이 잘 듣는지를 임상현장에서 짚어내지 못하면 약은 오히려 다른 질환을 악화시키는 독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에 전 교수는 환자가 복합적으로 갖고 있는 모든 질환을 파악하고 위험인자를 최대한 고려한 다음, 맞는 약 처방을 내린다. 또 환자 스스로 치료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을 권장한다. 처방 약을 지시대로 복용하지 않아 증상이 악화됐을 때는 호통을 치기도 한다. 고혈압을 방치하면 관상동맥질환과 같은 합병증의 악화로 수명이 10~20년 가량 줄어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내과의사는 환자와의 관계가 중요합니다. 질병에 관한 충분한 설명과 함께 왜 약을 복용해야 하는지를 환자가 인식토록 해야 고혈압 조절은 물론 다른 동반질환도 호전시킬 수 있는 거죠." 이 때문에 전 교수는 첫 환자를 만날 때는 언제나 10여분 이상을 할애, 병에 대한 이해와 약리적 작용을 설명하는 일을 빼놓지 않는다. 그를 찾은 환자들은 같은 질환을 앓더라도 100명이면 100명 모두 성분처방전이 다르다.
"굳이 '맞춤처방'이라고 해서 특별한 비결이 있기 보다는 의사가 되면서부터 환자를 내 가족처럼 생각해 조치한다면 보다 정확한 진단을 하지 않을까 싶었던, '초심'을 이어오다보니 저만의 처방 노하우가 된 것 같아요."
전 교수에 따르면 일상활동 중 갑자기 앞 가슴 중앙이나 왼쪽 가슴이 조일 듯 답답하거나 압박감이 들고 통증이 동반됐다가 가만히 있으면 5~10분 후 자연 소실되는 협심증과 심한 통증으로 인해 죽을지도 모른다는 공포감이 몰려오는 심근경색 증상이 있을 때는 즉시 응급실로 달려가야 한다.
앞 가슴 통증이 10~20분 이상 지속되는 심근경색은 대개 30~40%의 환자들은 발병 후 한달 내 사망하고 이 중 절반가량은 수시간 내 사망할 수 있다. 노년층은 심근경색이 발병하면 명치끝이 체한 듯 아프고 호흡곤란도 겪게 된다.
전 교수는 특히 한밤중에 증상이 나타나면 괜히 가족을 깨우기 미안해 아침까지 버티는 어리석음은 범하지 말고 주저 없이 응급실을 찾을 것을 권했다.
우문기기자 pody2@msnet.co.kr
사진 정재호기자 newj@msnet.co.kr
▩ 프로필
△1972년 경북대 의대 졸업 △72~77년 경북대병원 인턴'레지던트 △81년 경북대 의대 의학박사 △80~91년 경북대 의대 전임강사'조교수'부교수 △91년~현재 경북대 의학전문대학원 교수 △99~2001년 경북대병원 진료처장 △95~현재 대한내과학회 정회원, 대한내과협회 순환기분과위원 △84~85년 미국 코넬대 뉴욕병원 심장병학 연수 △85~86년 캐나다 에드먼트 로열알렉스병원 심장병 펠로우 △현재까지 논문 122편 중 SCI논문 5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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