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휴대전화

입력 2008-03-31 11:08:01

지난 2004년 서울YWCA가 서울시내 중'고생 1천300명을 대상으로 '무인도에 갈때 반드시 가져가야 할 것'을 물었다. 청소년들은 식량(33.6%), 휴대전화(21.5%), 컴퓨터(18.6%)를 뽑았다. 친구(14.5%)와 가족(11.8%)은 그다음 순이었다. 살기 위해 먹는 문제 이외엔 청소년의 일상에서 휴대전화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都農(도농)이 따로 없을 만한 휴대전화의 보편화 추세에 비추어보면 전국적 트렌드로 일반화해도 큰 무리가 없을 듯하다.

청소년뿐만 아니라 연륜 지긋한 어르신들조차 휴대전화를 꼬박꼬박 챙길 정도로 그것은 세대 불문하고 현대인의 생활필수품화되고 있다. 휴대전화의 모닝콜로 아침잠을 깨고, 하루의 스케줄을 체크하며, 문자 메시지를 보내고, 수시로 필요한 사진을 찍어 저장하거나 전송하고, 피곤할 땐 음악이나 영화감상까지도 즐길 수 있게 한다. '폴더를 열기 전에는/ 다만 하나의 기계에 지나지 않았지만/ 폴더를 여는 순간/ 그것은 나에게 무궁무진한 즐거움을 주는 마법상자가 되었다'는 식이랄까.

현재 전 세계의 휴대전화 사용자는 약 30억명으로 추산된다 한다. 이 시대 커뮤니케이션 수단의 총아다. 문제는 사람들이 갈수록 이것에 집착하게 된다는 점이다. 우리만 해도 휴대전화를 분실했거나 어쩌다 집에 두고 나왔을 경우 종일 머릿속이 멍해지거나 뒤죽박죽 헝클어지는 듯하고 일이 손에 안잡힐 때가 많다. 이쯤 되면 인정하고 싶지 않더라도 휴대전화 중독 상태다.

휴대전화를 10년 이상 사용하면 뇌종양에 걸릴 위험이 2배 이상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휴대전화 애용파들을 또 긴장하게 만든다. 30일 영국 일간지 인디펜던트 보도에 따르면 호주의 신경외과 전문의 비니 쿠라나 박사가 휴대전화 사용의 유해성에 관한 기존의 논문 100편 이상을 검토한 결과 "휴대전화가 담배나 석면보다 더 많은 사람을 죽게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는 것이다.

물론 이런 주장과 정면 배치되는 과학적 견해들도 많다. 그러나 올해 초 프랑스'독일 등이 휴대전화 사용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사용을 최소화할 것을 권하는 걸 보면 생각해볼 여지가 있다. 過猶不及(과유불급)이란 말도 있지 않은가.

전경옥 논설위원 siriu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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