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시즌 모이면 걸린다?…선관위도 헷갈려

입력 2008-03-29 09:00:04

▲ 총선 열기가 서서히 달아오르는 가운데 28일 오후 대구시내 한 재래시장을 찾은 후보가 거리유세를 벌이자 유권자들이 진지하게 연설을 듣고 있다.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 총선 열기가 서서히 달아오르는 가운데 28일 오후 대구시내 한 재래시장을 찾은 후보가 거리유세를 벌이자 유권자들이 진지하게 연설을 듣고 있다.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동창회, 종친회는 안 되고 단합대회, 야유회는 된다.'

27일 오후 3시쯤 대구 수성구선관위에 한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주말에 동창모임을 가져도 될까요?" 한 남성은 한달 전에 동창모임을 약속했는데, 선거운동기간과 겹쳐 개최 가능 여부를 물었다.

4·9 선거일까지 향우회, 종친회, 동창회 모임이 일절 금지됐다. 향응, 금품 제공 등 모임을 통한 부정선거 방지를 위한 처방이다. 그러나 유권자들은 선거기간에는 친구도 만나지 못하냐며 불만이 많다.

특히 지난해 12월 대통령선거 때 허용됐던 동창회 등이 이번 총선 동안은 허용되지 않아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선거법 때문에 '모이면 큰 일 난다'는 게 이번 선거철 분위기다.

◆식당, 호텔 울상=김승진(수성구 만촌동)씨는 매년 3월 마지막주 일요일 갖기로 한 동문체육대회를 급하게 미뤘다. 김씨는 "동창회 등 개인적인 모임을 일괄금지하는 것은 시민들의 일상생활을 방해하는 것"이라며 "지나치게 경직된 악법"이라고 흥분했다.

단체손님을 받는 식당, 호텔, 여행사들도 울상이다.

27일 오후 7시쯤 한 동창 모임의 손님 20여명을 받기로 했던 수성구의 D식당은 약속시간 2시간 전 돌연 취소 통보를 받았다.

식당 주인은 "선거법 대문에 각종모임을 제한하는 단체 고객의 발길이 끊길까봐 걱정"며 한숨을 내쉬었다.

호텔들의 사정도 비슷하다. 한 호텔은 선거가 끝나는 내달 중순까지 단 한건의 행사 예약도 받지 못했다. 보통 4월에는 학교 동기회, 학회 등이 많아 예약이 쇄도하지만 올해는 선거 탓에 4월 중순 이후로 예약이 집중돼 있다.

◆선관위도 헷갈려=모임, 행사 금지 여부가 선거법에 선별적으로 적용돼 유권자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선거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체육대회, 야유회 등은 가능하지만 기준이 모호하다. 예를 들어 동창회가 여는 체육대회, 야유회는 금지된다. 이런 까다롭고 애매한 선거법 때문에 선관위 직원들도 곤혹을 치르고 있다. 선관위의 한 직원은 "단속을 하려 해도 어떤 성격의 모임인지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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