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風 차단' 강재섭 투입 약발 받을까

입력 2008-03-29 09:41:11

달서갑 최대 관심지 부상

재래시장의 민심은 냉혹하고도 분명했다.

40대 초반의 TV앵커출신 한나라당 홍지만 후보와 3선 관록의 친박연대 박종근 의원이 격돌하고 있는 달서갑 선거구는 4·9총선의 향배를 가늠할 수 있는 대구 최대 관심지역으로 꼽힌다.

그래선가 '박풍'(朴風·박근혜 바람) 차단에 나선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가 28일 지원유세에 나설 정도로 한나라당이 특별한 관심을 갖고 있는 지역이다. 박풍의 진원지인 이른바 '친박벨트'의 핵심 지역이기 때문이다.

이날 오후 달서구 최대 재래시장인 와룡시장 앞길에서는 강 대표와 이명규 대구시 선대위원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홍 후보에 대한 대규모 지원유세가 시작됐다. 강 대표는 "이번에 많은 사람이 물갈이를 당했고 그 와중에는 억울한 사람도 있었다"며 친박 정서를 달래려 애썼다. 뒤이어 마이크를 잡은 이 위원장은 "누가 박근혜 전 대표와 더 친하냐가 아니라 국가경제를 누가 살릴 수 있느냐가 선택의 기준이 돼야 한다"고 했다.

그러자 연설을 듣고 있는 청중 사이에 술렁이는 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누군가 "지금까지 대구예산을 제일 많이 따 온 사람을 죽여놓고 경제를 살리겠다는 것은 말도 되지 않는다"고 지적한 것이다. 윤선주(51·여) 시장번영회 총무는 "누가 되고 안 되고의 문제가 아니라 재래시장을 찾는 서민들이 잘살게 해주면 더 바랄 게 없다"면서 "제대로 일할 수 있는 경륜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녀는 "한나라당이 참 오만한 것 같다"는 말도 덧붙였다.

"70이 넘으면 후배들에게 넘겨주는 아량이 있어야 한다"며 고령의 박 후보를 비판하는 입장과 "낙하산식으로 아무나 데려다 놓으면 찍어줄 것으로 착각하는 한나라당이 싫다"는 의견도 충돌하고 있었다. "일단 젊고 패기있는 사람이 좋다"는 한 주부는 유세를 하는 홍 후보의 모습을 디지털카메라로 촬영하기도 했다. 이를 지켜보던 생선가게의 심순녀(47·여)씨는 "대통령을 뽑아준 만큼 한나라당도 밀어줘야 한다는 말이 틀린다고만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이건 아닌 것 같다"며 홍 후보에 대해 "TV앵커출신이라는 것 이외에는 특별히 관심을 끄는 것이 없다"고 말했다.

강 대표와 한나라당 후보일행이 시장바닥을 휩쓸듯 지나가자 한 시장상인은 "당선되고도 한 번 찾아오세요"라고 외쳤다. 당선되면 그 길로 서울로 올라간 뒤 자기를 뽑아준 지역에 대해서는 무관심으로 일관하는 이른바 '서울TK'의 행태를 되풀이하지 말라는 소리였다. 그는 "이런 재래시장은 평소에는 사람이 없는데 선거때만 되면 북적거린다"고 지적했다.

서명수기자 diderot@msnet.co.kr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