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시간 모자라 영어 소홀…지방출신 K군의 서울 대학생활

입력 2008-03-29 07:26:42

김유성(가명·19·한국외국어대 일어과 1년)군은 대학생활을 학교 근처 고시원에서 시작했다. 등록금만 460만원(입학금 90만원 포함)에 달해 집에 부담을 주기 싫어서였다. 아버지가 경북 포항에서 포스코 협력 회사에 다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여유는 있었다. 부모님은 고시원 생활을 반대했다. 그러나 고교 2년생인 동생 밑으로 학원비가 많이 들어간다는 점을 잘 알고 있어 김군은 억지로 부모를 설득해, 월세 28만원 짜리 고시원 방을 잡았다. 보증금이 없어 부담이 많이 줄었다고 했다. 고시원 살이에 대해 김군은 "밥 먹는 것 빼고는 괜찮다"고 했다.

집에선 매달 70만원을 보내 준다. 김군은 이 돈으로 방값 외에 밥값·용돈을 해결해야 한다. 방값 28만원, 학생회비 10만원을 냈다. 2학년 선배들이 많이 사주는데도 식비가 15만원 정도 나왔다. 책값은 아낀다고 헌책을 샀지만 벌써 10만원 넘게 썼다. 20만원 넘게 썼다는 친구들의 말을 그나마 위안 삼는다. 학기초 이런저런 행사에도 지갑을 열어야 한다. 이래저래 빠듯하다. 그의 "데이트는 꿈도 못 꾸는" 현실이다.

다음달부터는 아르바이트에 나설 생각이다. "부모님은 못하게 하시지만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 다른 지방에서 올라온 친구들도 마찬가지"라고 전했다. 서울에 인맥이 없다 보니 과외 자리는 없고 서빙이나 주말에 막일 나가는 방법이 거의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취직을 위해선 영어가 중요한데 수도권 학생에 비해 지방 출신 학생들은 영어가 확실히 달려요. 학원비나 시험비도 많이 들기 때문에 심리적으로 뒤처지고 있다는 생각마저 듭니다."

웬만하면 어학 연수를 가는 분위기도 부담이다. 입대 전 아르바이트로 돈을 벌 수 있겠지만 시간을 많이 빼앗길 것 같아 마음이 쓰인다. 외고 졸업생이나 교포 출신 학생이 많아 전공 공부에서 밀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 김군은 "포항에서 공부할 때는 남에게 안 뒤졌다 생각했는데 우물 안 개구리였나 보다"며 푸념했다. 김군은 "나를 둘러싼 여러 가지 여건들이 어려운 것이 사실이지만 부모님이 믿고 있는데 어떻게라도 잘 해 내야 한다"라고 스스로 다짐했다.

조문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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