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재섭 대구 방문 "親朴연대는 급조된 철새 정당"

입력 2008-03-28 10:55:05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가 28일 대구에 왔다.

지난 23일 박근혜 전 대표가 '잘못된 공천 대표 책임론'을 제기하자 곧바로 전격적인 총선 불출마 선언으로 맞대응한 지 닷새 만이다.

그는 이날 오전 KTX편으로 동대구역에 도착, 곧바로 구미의 고 김재학 박정희 대통령 생가보존회장의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공식 선거운동 시작 직전, 발생한 생가보존회장 피살사건 이후의 미묘한 지역 분위기를 감안한 발빠른 대응전략이라고 볼 수 있다. 현재 이 사건에 대한 수사결과가 완전히 나오지 않았지만 일부 주민들 사이에서 박 전 대표에 대한 동정론이 이는 등 한나라당으로서는 반갑지 않은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강 대표는 구미에서 곧바로 대구로 돌아와 달서병 선거구에 있는 대성사를 방문, 무료급식봉사활동을 하면서 이 지역에 전략공천된 유재한 후보를 지원했다. 이어 그는 서문시장에서 직접 마이크를 잡고 대구시민들이 한나라당을 적극 지원해줄 것을 호소했다. 자신의 총선 불출마에 대한 서구주민들의 충격과 서운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서구 북비산네거리에서 직접 불출마 경위를 설명하기도 했다.

이날 강 대표가 지원유세에 나선 지역은 달서병과 서구 외에 달서을(권용범)과 달서갑(홍지만)도 포함됐다. 강 대표가 대구경제 살리기 구상을 위해 영입한 경제전문가들이 포진하거나 '친박벨트'가 형성되면서 한나라당 후보가 긴장하고 있는 지역이다. 이 같은 점에 비춰 그의 대구 방문과 후보 지원유세는 이 지역에서 불기 시작한 '박근혜 바람'의 초기 차단이 목적이라고 할 수 있다.

강 대표는 박 전 대표를 직접 공격하거나 자극하지는 않았다. 대신 그는 '친박연대'와 친박 무소속후보들에 대해 "급조된 친박연대는 철새정당이며, 우리 당에 있는 박 전 대표를 밖에서 이름을 팔아 정치적 목적에 이용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행위"라고 공격했다. 그의 발언에는 '복당 허용' 발언으로 친박 탈당후보들을 간접지원하고 있는 박 전 대표와 '친박' 후보들을 조기에 분리하지 않을 경우에는 영남권 선거전략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위기의식도 엿보인다.

강 대표는 서구에서 지역구 민심 달래기에도 나섰다. "지금 총선에 출마하지 않아 지역구를 떠나지만 걱정하지 말라" "나를 지금까지 정치적으로 키워준 것은 서구 주민, 대구시민이었으며 나는 여전히 한나라당 대표이고 대구의 강재섭"이라고 강조했다.

강 대표의 불출마는 사실 박 전 대표와의 장군멍군식 대응의 결과물이다. 대구경북의 대표적인 정치인이라고 할 수 있는 두사람은 지금까지 서로 협력하면서 경쟁하는 관계였다. 그러나 18대 총선 공천파동을 거치면서 두사람의 관계는 협력에서 경쟁으로 바뀌었다. 차기 대권의 꿈을 접지 않은 강 대표로서는 피할 수 없는 길이다. 결국 강 대표의 대구방문은 박풍 차단을 통한 지역맹주의 위상 찾기를 위한 시동이라고 할 수 있다.

서명수기자 diero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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