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순간 새로운 '산'…갤러리분도 정주영 초대전

입력 2008-03-27 07:23:05

정주영 작
정주영 작 '불암산'

갤러리분도는 한국 산수화를 변용한 작품으로 화단에 큰 반향을 불러 일으킨 정주영 작가(한국종합예술학교 교수)를 초대, 4월 19일까지 전시회를 갖는다.

뒤셀도르프와 암스테르담 유학시절 접했던 풍경의 단면을 그렸던 정주영 작가는 1999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김홍도 탄신 250주년 기념전'을 본 후 서양풍경화에서 찾을 수 없는 동양적 형식에 매료돼 한국 산수화를 탐구하며 나름대로 분석하고 재해석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처음에 그녀는 김홍도 그림의 배경 한 부분을 확대하는 방법을 사용하다 점차 관념적으로 풍광에 접근하면서 정선의 진경산수화를 현대적으로 해석하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정선의 '경교명승첩'을 좇아 한강변의 실경을 그리면서 17, 18세기 대가의 화첩에 등장하는 실제 장소를 대면한 작가는 그 결과를 담아 2003년 개인전을 열었다. 큰 캔버스 위에 펼쳐진 장대한 풍광과 함께 정선이 살던 시대 지명의 현대적인 모습을 담은 사진을 첨부해 주목받았다.

이후 그녀는 몸으로 체험한 서울 근교의 산을 독특한 시각으로 화면에 구축한 '산' 연작을 발표하고 있다. 작가에게 산은 이 세상을 존재하게 하는 근원적인 힘의 발원지와 같다. 마을과 그곳에 살던 사람들이 사라져도 본래 자리를 굳건히 지키는 산은 그녀에게 영구한 지속성의 표상이다.

정주영 교수는 왜소한 체격의 소유자이지만 대작 위주의 작품만 제작한다. 그림에 드러난 기운은 호방하면서도 섬세하다. 이번 전시도 유연하면서 거침없는 리듬감각이 살아 있는 '산' 연작으로 구성됐다. 수만년 전부터 존재했지만 매순간 새로운 모습으로 변모하는 북한산, 불암산, 인왕산, 북악산의 정기를 느낄 수 있다. 053)426-5615. 이경달기자 sar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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