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무호, 남북대결서 '맥빠진 무승부'

입력 2008-03-27 00:03:37

0대0으로 끝난 경기는 한국에 아쉬움을 남겼고 북한에겐 절반의 성공으로 남았다. 26일 오후 중국 상하이의 홍커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0 남아공 월드컵 아시아 3차예선 C조 2차전에서 한국과 북한은 득점없이 비겨 나란히 1승1무를 기록했고 골 득실에서 앞선 한국이 조 1위를 지켰다. 수비에 치중한 북한을 맞아 한국은 끊임없이 공격을 가했지만 예리하지 못해 북한의 골문을 열지 못했다. 답답함으로 이어진 경기는 어느 정도 예상된 결과를 낳고 말았다.

조별로 두 팀이 최종예선에 진출할 수 있는 상황에서 북한은 C조 최강 한국에 패하지 않아 불만스럽지 않은 모습이었고 한국은 원정경기에서 승점 1을 챙기는데 만족해야 했다.

한국은 조재진(전북 현대), 박주영(FC서울) 투 톱에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설기현(풀햄), 이영표(토튼햄) 등 유럽파를 미드필드와 양 측면에 배치시키고 김남일(빗셀 고베)과 조원희(수원 삼성)이 중원을 맡아 공격에 나섰다. 강민수(전북 현대)와 이정수(수원 삼성)는 북한의 스트라이커 정대세(가와사키 프론탈레)를 방어했다.

한국은 능숙하게 볼을 다루며 전반 초반을 보냈으나 이어 6~7명이 페널티 구역 주위에 포진, 굳게 둘러처진 북한의 방벽에 막히기 시작했다. 전반 중반 박지성이 드리블 돌파에 나서며 북한 진영을 휘저어보고 설기현, 박지성, 조재진이 자리를 바꿔가며 상대 수비진을 교란시켰으나 별 효과가 없었다. 북한은 문인국이 전반 22분 프리킥을 날카로운 헤딩슛으로 연결하고 한국은 4분 뒤 박지성의 오른 크로스를 수비수 이정수가 공격에 가담, 헤딩으로 연결했으나 골대를 빗나갔다.

한국은 전반 28분 김남일이 부상으로 김두현과 교체돼 나가면서 공·수의 안정이 흐트러지기도 했다.

후반 들어 한국은 더 빠른 패스와 움직임으로 전반보다 나아졌으나 북한의 골문을 열기엔 역부족이었다. 크로스의 정확성이 떨어지고 골문 안으로 날아가는 슛도 드물었다. 문전 앞에서 슛 직전의 몸 동작이 미숙해 슛을 날리지 못하기도 했다. 후반 중반 이후 염기훈의 크로스에 이은 박주영의 헤딩 슛, 염기훈의 중거리슛, 코너킥에 이은 박주영의 헤딩슛이 모두 크로스바를 살짝 벗어나거나 북한 골키퍼 리명국의 품에 안겼다.

자기 진영에 웅크리다 간간이 역습에 나선 북한은 한국보다 날카로운 공격을 보였으나 정대세가 후반 종반 결정적 기회를 날리는 등 한국 수비진에 막혀 이렇다 할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홍영조와 문인국은 미드필드에서부터 공격에 가담하며 중거리슛과 헤딩슛을 날리는 등 날카로운 플레이를 펼쳤다. 북한은 플레이가 끊기면 느린 움직임으로 시간을 끌어 지지 않으려는 의도를 드러냈다.

김지석기자 jise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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