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6일 숨진 베트남 신부 쩐타인 란(22)의 사인을 밝히기 위해 한국을 찾았던 란의 어머니 휭 킴 안(49)이 26일 출국했다.
한국으로 시집간 지 한달도 안돼 한줌의 재로 변한 딸의 유골과 위로금을 택배로 전달받은 어머니의 사연은 베트남 현지에서 큰 이슈가 됐고, 딸이 사망한 지 한달 뒤 어머니는 어렵게 한국을 찾았다.
그녀는 한국에 머문 19일 동안 경찰의 수사 상황을 설명듣고 딸의 일기를 확인했지만 딸이 자살했다는 것에 대해 여전히 의문이 남고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경찰은 란이 언어 소통이 안 되고 문화의 차이로 인한 가족들과의 갈등, 협의 이혼 후 귀국해야 하는 절망감을 이기지 못하고 자살한 것으로 잠정 결론을 낸 상태다.
"한국에 들어오기 전만 해도 딸을 숨지게 한 한국 사람들이 엄청 미웠죠. 하지만 경산이주노동자센터 등 많은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이 잘해주고 도와 줘 마음이 많이 풀렸습니다." 그녀는 "평생토록 고마움을 잊지 않겠지만 베트남에 돌아가면 여성들이 한국으로 시집가는 것을 말리고 싶다"고 했다.
얼마 전 또 다른 베트남 신부 후안마이를 살해한 한국인 남편의 재판을 맡았던 한 판사는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이 땅의 아내가 되고자 한국을 찾은 베트남 신부의 예쁜 소망을 지켜줄 수 있는 역량이 우리에게는 없었다"는 내용의 판결문으로 자성의 메시지를 던진 적이 있다.
란의 명복을 빌고 딸을 가슴에 안고 귀국할 란의 어머니를 위로하는 많은 한국인들은 지금 이주여성들을 잘 보살펴 주지 못한 데 대한 반성을 하고 새로운 다짐을 하고 있다. 가난한 나라에서 왔다고, 피부색이 다르며, 문화가 다르고, 여성이라는 이유로 차별받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는 다짐일 것이다. 이 같은 불행이 반복되지 않도록 다문화 사회가 함께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법적 제도적 장치가 조속히 마련되길 기대해본다.
사회2부·김진만기자 fact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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