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높은 지지로 탄생한 새 정부가 첫걸음부터 허둥거리고 있는 것 같다. 지난 정권의 잘잘못을 진단하여 단점은 버리고 장점을 취하면서 새로운 길을 찾아보는 것이 본분인 인수위는 설익은 정책만 남발하다가 그 꼬리를 내리고 말았고, 훌륭한 인재를 등용하는 것이 나라의 命運(명운)을 가르는 관건인데 첫 組閣(조각)은 인연과 실용의 잣대를 과용해서 적절한 인사가 되지 못했다는 것이 저간의 평가다. 이에 더하여 여당의 다수의석 확보가 정치안정의 시금석인데 특정계파가 독식한 공천이 되었다면 개혁의 폭이 아무리 크다 할지라도 개악 공천으로 귀결될 공산이 크다고 보인다. 새 정부에 걸었던 기대가 일말의 수포로 돌아가지 않을까 걱정된다.
그래도 '국민을 섬기는 정부'가 되겠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소망은 반드시 이루어지기를 기원한다. 소위 '문민정부', '국민의 정부', 그리고 '참여정부'에서도 임기 내내 국민을 모시겠다고 외쳐댔지만 그 선언에 비해 실천된 업적은 적었다. 오히려 자기들만의 권력 잔치에 여념이 없다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꼴이 되었기 때문에 이번만큼은 반드시 그 약속이 지켜지기를 간절히 바라는 것이 국민 모두의 마음일 것이다. 그런데 과거 정권은 왜 그 좋은 理想(이상)을 현실에 투영시키지 못했을까? 새 정부가 그에 대한 원인을 찾아내서 그것을 제거하지 못한다면 그 간절한 기도도 공염불에 그치고 말 것이다. 그때의 위정자들은 하나같이 과거의 잘못된 정치유산과 불완전한 제도를 찾는 일에만 혈안이 되어 있었지 정작 정치의 주체인 자기 자신들의 흠은 눈여겨보지 않았다는 것을 새 정부는 거울로 삼아야 할 것이다.
정치가 올바로 운행되기 위해서는 제도와 환경을 넘어서는 그 무엇이 있어야 한다. 그것은 바로 정치지도자의 지혜와 사랑일 것이다. 우리가 받들어 모시고 있는 민주주의 속에는 자유와 평등 그리고 복지와 같은 화려한 이념과 삼권분립과 같은 제도적 장치가 잘 마련되어 있지만 슬기로운 지혜와 따뜻한 사랑이 없다고 볼 수 있다. 강한 자가 약한 자를 잡아먹고 우등한 자가 열등한 자를 패배시키는 힘의 논리로 경쟁을 하기 때문에 정치현실을 보면 권력자는 늘 '하늘'이고 어리석은 국민은 항상 '땅'인 것이었다. 여기서 우리는 국민을 보살펴주고 보듬어주는 착한 심성과 국가를 지휘할 수 있는 탁월한 경륜과 고귀한 덕성을 갖춘 정치지도자를 찾게 된다. 그러한 지도자가 출현하여 국가를 경영할 때 생활이 안정되고 질서가 바로 설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새 시대는 권력과 술수가 판치는 서구의 정치제도를 넘어 지혜와 사랑이 담겨있는 동양의 德治思想(덕치사상)으로 승화하는 정치를 해나가기를 바란다. 한 나라의 흥망과 성쇠는 정치지도자의 賢愚(현우)와 善惡(선악)에 달려있다는 것이 그 사상의 핵심인데, 정책방향이 옳고 그르냐에 따라 나라의 운명이 좌우되고 태도와 처신이 선하냐 악하냐에 따라 국민의 행동거지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치지도자는 먼저 지성과 덕성을 갈고 닦아 바르게 깨달은 후에 국민을 친애해서 새롭게 교화해 나갈 것을 요청하고 있다. 그리하여 지도자와 국민 모두가 잘 사는 善(선)의 경지에 오르자는 것이 그 사상의 이상인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새 정부가 머슴처럼 낮은 자세로 국민을 높이 모시겠다는 정치인식은 도덕정치의 첫걸음이 될 것이다.
문제는 선언이 아닌 실천이다. 먼저 도덕정치의 향도가 되기 위해서는 청정한 마음이 솟아오르는 '바른 마음자리'를 찾는 일에 성의를 다해야 할 것이다. 다음은 耳目口鼻(이목구비)가 바르게 뚫린 聖人(성인)을 본받는 일에 전심전력해야 할 것이다. 막힌 귀가 바로 뚫려 총명해지면 자기의 사명을 바르게 들을 수 있고, 가린 눈이 바로 뚫려 밝아지면 정사를 바로 볼 수 있고, 막힌 코가 바로 뚫리면 힘차게 정진할 수 있고, 뚫린 입을 자제하여 규범에 맞추면 언행이 알맞게 될 것이다. 이와 같이 정치지도자와 국민들의 이목구비가 바르게 뚫려 서로 형통하게 된다면 우리나라가 정치 失樂園(실락원)에서 정치 復樂園(복락원)으로 거듭날 것이 아니겠는가? 국민의 소망이 곧 대통령의 소망이 되길 기대한다.
김복규 계명대행정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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