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의 꿈 무럭무럭…대구예술영재교육원

입력 2008-03-25 07:42:03

▲ 대구예술영재교육원 소속
▲ 대구예술영재교육원 소속 '영재 유스콰이어 합창단'이 창단 발표회를 앞두고 아름다운 화음을 이루기 위해 호흡을 맞추고 있다. 정우용기자 vin@msnet.co.kr

대구 북구 국우동 대구예술영재교육원의 한 합창실. 30여명의 학생들이 빙 둘러서서 지휘자의 손짓 하나하나에 시선을 집중하고 있었다. 이들은 '영재 유스콰이어 합창단'의 단원들. 곧 있을 창단 발표회를 위해 발성 연습에 한창이다. "아~아~아~아~아". 청명한 소리가 합창실 전체에 울려퍼진다.

박수 소리가 끝나자 지휘자의 재빠른 손놀림에 맞춰 노래가 흘러나오기 시작한다. 처음엔 음이 제대로 맞지 않아 지휘자의 불호령이 떨어진다. "소리를 더 내야 해, 윤기가 없잖아." 초교생부터 고교생까지, 체구나 얼굴은 다르지만 노랫소리는 하나가 되어 점차 완벽한 화음으로 변하기 시작한다. 성인들 못지 않은 절묘한 합주. 신입생이 있는 것은 물론 그나마 호흡을 맞춘 지 한달밖에 안 됐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다.

합창단의 막내 임채호(11·성북초교 5학년)군은 "지난해 7월 테스트를 통해 입학했는데 고교생 누나들과 같이 연습하니까 무척 뿌듯하고 재밌다"고 말했다. 지휘를 맡고 있는 권유진 예술영재교육원 교수는 "아이들이 저마다 음악성이 뛰어나 배우는 속도가 무척 빠르다"고 칭찬했다.

대도시에서 보기 드문 시골길을 따라 찾아간 대구예술영재교육원. 얼핏 보기엔 여느 시골 학교처럼 고요하고 평범하다. 하지만 건물 현관 앞에 붙은 '세계의 중심에 내가 선다'는 문구는 낯설면서 경이롭기까지하다. 예술의 끼가 있다는 아이들이 모인 대구예술영재교육원을 찾았다.

◆어떤 곳인가

대구예술영재교육원은 대구시교육청이 전국 최초로 창의성과 개성이 넘치는 예술영재들을 키워내기 위해 2005년 9월 문을 연 곳이다. 폐교가 된 도남초교 분교를 리모델링해 음악실과 미술실 등을 꾸며 만든 것. 시교육청은 2005년 개원 당시 8억원의 예산을 투입한 데 이어 해마다 5억원을 투자해 예술 재능을 가진 학생들을 무상으로 교육시키고 있다.

수업은 크게 음악과 미술로 나뉜다. 음악의 경우 피아노와 현악, 관악, 성악, 국악 등 20명 정원의 개인실기 부문과 관현악단과 합창단, 국악관현악단 등으로 구성돼 있다. 특히 개인실기 부문은 전문 교수들과 1대 1 레슨으로 진행된다. 미술은 회화와 창작공예, 디자인으로 나눠 수업을 한다. 현재 음악과 124명, 미술과 30명 등 모두 154명의 학생들이 방과 후 일주일에 2, 3번 이곳을 찾아 예술가의 꿈을 키운다.

우수한 강사들로부터 무상 교육을 받을 수 있기에 입학 경쟁이 치열하다. 경쟁률이 10대 1에서 높게는 20대 1에 이른다. 1년에 두차례 테스트가 있는데 매년 7월 재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테스트와 매년 12월 입학을 원하는 학생과 재학생이 같이 치르는 공개테스트가 있다. 이세헌 음악부장은 "공개테스트에선 재학생들이 강세를 보이지만 쟁쟁한 재학생들을 제치고 입학하는 학생도 있다"며 "보통 전체 재학생의 20%는 매년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경쟁이 치열한 만큼 입학 심사는 엄격하다. 공정한 심사를 위해 심사단을 영재교육원 강사들이 아닌 일반 교수 중심으로 편성하고 학부모들과 학생들이 참여하는 개방 테스트로 이뤄진다. 시교육청 채우기 중등교육과 장학관은 "올림픽 체조경기 등에서 이뤄지는 심사와 똑같은 방식으로 테스트를 하고 있다"고 했다.

◆각종 대회에서 상 휩쓸어

예술적 가능성이 큰 학생들을 뽑아 체계적인 교육을 하다 보니 3년 동안 재학생들은 전국의 각종 대회를 휩쓸고 있다. 2005년 9월 개원하자마자 경남 진주교육청이 주최한 '제55회 개천예술제'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하는 등 7건의 수상 실적을 기록했다. 이어 2006년엔 대구음악협회의 '전국 초·중·고 음악경연대회'에서 대상, 대구산업정보대학의 '제21회 전국학생음악경연대회'에서 대상 등 32건의 크고 작은 상을 받았다. 2007년에도 대구음악협회 주최의 '전국 초·중·고 음악경연대회' 대상, 경북예고 주최의 음악경연대회 대상 등으로 이름을 날리고 있다.

특히 지난 2월엔 이 학교 소속의 영재유스오케스트라가 스페인 4개 도시에서 초청 순회연주회를 가져 호응을 얻기도 했다.

채 장학관은 "수시로 세계적인 음악가들을 초빙해 특강을 열고 합숙 위주의 캠프도 열고 있으며 지난 21일엔 러시아의 음악 명문 학교인 로보시비르스크 국립음악특별학교와 자매결연을 맺어 영재들의 꿈과 역량을 키워주려고 애쓰고 있다"고 했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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