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강재섭 대표의 고민이 깊어가고 있다.
'영남권 대학살'이라고 불리는 공천파동을 겪으면서도 '나일강 홍수론'으로 담담하던 강 대표는 21일 모처럼 자신의 정치적 기반인 대구에 내려왔다. 지역구인 대구 서구 선거사무소 개소식과 자신이 직접 영입한 배영식(중·남구), 유재한(달서병) 예비후보의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잇따라 참석했다. 친박 무소속 후보들이 대거 탈당한 뒤 '친박 무소속벨트'를 형성, 대구 민심을 뒤흔들자 이를 가라앉히기 위한 행보였다.
그러나 그의 표정은 금의환향한 '개선장군'의 그것이 아니었다. 대구경북 공천이 자신의 구도와 어긋나는 파란을 겪으면서 "속이 시커멓게 타들어갔다"는 강 대표는 대구로 내려오는 KTX열차안에서 홍사덕 전 국회 부의장이 대구 서구에 출마한다는 뉴스를 전해들었다. "누구든지 나오면 붙어야지"라며 냉정을 잃지는 않았지만 어지러운 심경은 어쩔 수 없어 보였다.
선거사무소 개소식에서 찬조연설에 나선 주성영 의원이 "선거구를 다섯 번이나 옮겨다닌 철새 정치인"이라며 홍 전 부의장을 공격하며 강 대표의 마음을 풀어주려고 했지만 그의 굳어진 표정은 그대로였다.
'적과의 전쟁'보다 더 치열했던 대선후보 경선과 대선까지 무난하게 관리한 강 대표지만 공천파동의 책임론을 들먹이며 도전하고 있는, 박근혜 전 대표의 경선캠프 선대위원장을 지낸 홍 전 부의장의 도전까지 받아쳐내야 하는 상황 때문이다.
일단 강 대표 측은 홍 전 부의장의 득표력을 무시하는 전략을 구사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런 전략이 얼마나 효력이 있을지는 단언할 수 없다는 시각도 있어 그의 고민은 갈수록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강 대표는 이명박 대통령 이후의 한나라당 차기주자로서 이미지 관리에 최대한 신경을 쓰고 있다. 이번 총선에서 한나라당을 안정적 과반의석을 가진 제1당으로 만들어 놓고 물러나겠다는 포부도 감추지 않고 있다.
그런데 당장 자신의 지역구인 대구 서구에서 박근혜 전 대표를 전면에 내세우고 나선 홍 전 부의장의 도전과 '친박무소속 연대'를 결성한 현역의원들의 집단 도전부터 물리쳐야 한다. 힘든 싸움이 될 것이란'게 대구경북 정치권의 관측이다.
이창환기자 lc15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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