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유권자마저 패싸움에 몰아넣겠다는 건가

입력 2008-03-21 11:12:45

한나라당 공천 뒤끝이 눈 뜨고 못 보겠다. 마치 유치한 아이들 패거리 싸움을 보는 것 같다. '친이' '친박'을 똑같이 잘랐는데 무슨 불만이 있느냐는 주류 쪽 주장도 같잖고, '박근혜 정당'을 만들겠다는 쪽도 한심하기는 마찬가지다. 이 모든 소란의 일차적 책임은 말할 것도 없이 주류 쪽에 있다. 개혁적 물갈이를 명분으로 지배력 확대에 집착한 계파 욕심 때문이다.

그렇더라도 총선을 감정적 패싸움으로 몰고 가는 지금 같은 상황은 분명 궤도 이탈이다. 공천 탈락자들이 승복을 거부하며 무소속으로 출마할 수는 있을 것이다. 어차피 경선 공천이 아니었던 만큼 탈당해서 직접 유권자의 심판을 받아보겠다는 것을 말릴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런데 4'9총선은 앞으로 4년간 국민을 대표할 일꾼을 뽑는 일이다. 출마자는 거기에 자신이 적격자임을 호소하는 게 기본 중 기본이다. 그게 또 유권자에 대한 예의다. 그러나 이 지역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한 '친박' 인사들은 하나같이 '박근혜 팔기'로 표를 얻겠다고 한다.

한술 더 떠 수도권에서는 '친박연대'라는 이름을 단 정당이 버젓이 추진되고 있다. 한때 당 대표까지 지낸 사람들이 앞에서 설치는 모양이다. 이 당의 정체성이 오로지 박근혜 전 대표 지지가 전부라니 정말 코미디가 따로 없다. '친박' 탈락자들은 '친이'의 파벌을 맹비난한 사람들이다. 그런 처지에서 자기들 역시 파벌을 만들어 맞서려는 것은 파워게임으로 가겠다는 이야기다. 그렇게 돌아가면 이번 공천을 당내 권력다툼의 당연한 결과로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이다. 개인적으로 억울한 탈락을 호소하는 명분이 먹혀들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이것은 또한 유권자마저 '친이' '친박' 패싸움에 불러들이는 격이다.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유권자를 자기들 패싸움에 끌어들여 줄 세우기를 강요하겠다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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