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산부들 '필라테스' 삼매경
지난 14일 찾은 대구 달서구 보건소. 배가 풍선같은 임산부들이 필라테스 삼매경에 빠져 있었다.
"엎드린 자세에서 두발과 두 팔로 땅을 지탱하세요. 일명 '캣(Cat; 고양이) 스트레칭'이라는 자세죠. 숨을 들이마시면서 등을 위로 쭉 편 다음 다시 숨을 내쉬면서 꼬리뼈부터 내립니다." 이은주(이은주케어필라테스) 원장의 지도에 따라 앉았다, 누웠다, 섯다를 번갈아가며 스트레칭과 근육운동을 반복하는 임산부들은 힘겨워 하는 모습이 역력한데도 한결같이 열심이다.
최윤영(26'달서구 송현동) 씨는 "임신 후 아무 운동도 하지않아 몸이 너무 무거웠는데 이제 좀 가벼워지는 느낌"이라며 "마음도 함께 편안해지는 것 같다"고 했다.
◆요가'발레'기공요소 합쳐
1900년대 초 독일인 조셉 필라테스에 의해 처음 개발된 필라테스는 인체생리학에 요가, 발레, 기공 요소가 합쳐진 종합 심신단련 프로그램. 필라테스의 모든 동작은 파워하우스(복부'엉덩이'허벅지안쪽 등, 허리에 있는 근육집단을 통칭하는 말)에서 나오기 때문에 신체의 작은 근육들을 강화하기에 제격이다. 출산을 쉽게 하고 산후 요통 및 골반통을 예방하는 효과가 뛰어나며 끊임없이 내몸에 집중해야 하는 운동이기 때문에 요가와 마찬가지로 정신을 맑게 하는 효과도 있다.
◆미국에선 상류사회 운동
빠르고 격렬한 휘트니스 열풍 속에서도 느리고 부드러운 슬로우 엑서사이즈(Slow Exercise) 대중화시대가 열리고 있다. 요가'필라테스, 태극권 등 전세계에 유행처럼 번지는 슬로 엑서사이즈는 람보형 근육질 몸짱을 지향하는 패스트(Fast) 엑서사이즈에 반발해 근육의 이완과 호흡, 명상을 통해 몸과 마음의 균형을 추구하는 운동 흐름으로 통한다. 필라테스는 슬로우 엑서사이즈를 대표하는 운동이지만 아직 요가만큼 대중화되지는 않았다. 미국에서부터 1대 1 맞춤형 지도를 통해 전파된 필라테스는 돈 있는 상류 사회에서나 즐길 수 있는 운동이었고, 국내 또한 필라테스를 정식으로 배운 지도자가 그리 많지 않은 때문. 필라테스를 정식으로 배울 수 있는 대구 학원이나 휘트니스클럽은 10곳을 넘지 않는다.
◆달서구보건소 등 문 열어
하지만 이런 필라테스 또한 서서히 대중화 길을 걷고 있다. 달서구보건소 진양희 담당은 "매년 설문조사에서 임산부들의 운동에 대한 관심이 점점 높아지면서 대구시내 보건소 가운데 처음으로 명상위주의 요가 대신 근력 강화운동을 보강한 무료 임산부 필라테스를 도입하게 됐다"고 했다. 이은주 원장은 "이곳 뿐만 아니라 수성구 여성문화센터에서도 일반 여성들을 대상으로 올해 처음 필라테스 과정을 개설, 직접 지도하고 있다"며 "처음엔 좀 시들했지만 갈수록 인기를 얻고 있다"고 말했다.
◆태극권'국학기공 등 관심끌어
요가와 필라테스가 미국과 유럽에서 건너 온 슬로우 엑서사이즈의 간판이라면 태극권과 국학기공, 선무도는 동양적 선의 세계를 추구하는 느리고 부드러운 운동. 동양의 이런 슬로우 엑서사이즈는 요가나 필라테스처럼 폭발적 인기를 등에 업지는 못했지만 알게 모르게 대중화 물결을 타고 있다. 대구생활체육협의회에 등록한 국학기공과 우슈'태극권 동호회원 숫자는 각각 5천여명과 1천여명선. 비등록 회원까지 합하면 1만명을 훨씬 웃돈다. 선무도의 본산 경주 골굴사는 템플스테이를 겸하며 외국인들까지 찾아오는 세계적 명소가 된지 오래다. 불교 무술로 무려 2천500여년 간 이어져 온 선무도는 '움직이는 선의 물결'이라 불리며 외부의 상대를 향한 동작이 아니라 내 안의 나를 찾아가는 신비의 무예로 알려져 있다.
이상준기자 all4you@msnet.co.kr
사진 정재호기자 new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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