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급등·주가 추락…금융 '대혼란'

입력 2008-03-18 10:06:46

▲ 원/달러 환율이 1천29.20원으로 급등하자 환전 고객들의 시름도 깊어진다. 17일 오후 외환은행 대구지점 영업창구에서 한 직원이 환율차트를 옆에 둔채 고객들에게 환전해 줄 미화 지폐를 세고 있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 원/달러 환율이 1천29.20원으로 급등하자 환전 고객들의 시름도 깊어진다. 17일 오후 외환은행 대구지점 영업창구에서 한 직원이 환율차트를 옆에 둔채 고객들에게 환전해 줄 미화 지폐를 세고 있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금융시장이 대혼란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주가는 폭락하고, 물가불안의 뇌관으로 불리는 환율은 폭등세를 이어가고 있으며 금리도 다시 오름세를 나타내기 시작한 것이다.

◆주가, 바닥이 사라졌다

17일 코스피지수는 한때 60포인트 폭락, 1,537선까지 밀려 내려갔다. 장 후반 프로그램 매수세 등을 포함한 기관의 '사자'가 지수를 견인, 전날보다 25.82포인트(1.61%) 하락한 1,574.44로 마감했지만 '더 떨어질 수 있다'는 투자자들의 불안은 커지고 있다.

주가가 자꾸만 떨어지는 이유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사태의 끝이 도대체 어디인지 알 수 없다는 것. 시장의 불확실성이 그만큼 크다는 것이다.

삼성증권은 1,540선에서 1,715사이, 교보증권은 1차 지지선으로 1,550선을 제시하고 상황에 따라 1,520선까지 밀릴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류창곤 굿모닝신한증권 대구지점장(본지 증시 자문위원)은 "가장 깜깜한 때는 새벽이지만 곧 아침이 오듯 이번주가 반등의 고비가 될 것"이라며 "미국의 정책금리인하 효과가 시차를 두고 발생하는 만큼 2/4분기에는 증시가 일단 좋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런 가운데 증시의 자금 수혈 기능을 담당하는 '펀드' 자금은 일단 동요가 없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대구권 최대의 펀드판매처인 대구은행 각 창구에는 17일 펀드 환매가 35억원 정도로 평소보다 오히려 10억원 정도 적었다.

메리츠증권 박현철 애널리스트는 "코스피지수가 1,500선을 밑돈다면 지난해 5월부터 투자한 금액에서는 원금보존이 불가능해 펀드투자자들의 동요가 발생할 것"이라며 "그러나 우리나라 펀드시장은 적립식 주식형펀드 비중이 43.5%로 추가적 지수 하락이 펀드 대량 환매로 이어지긴 힘들다"고 내다봤다.

◆환율 급등·금리도 들썩

17일 외환시장에서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지난 주말보다 31.90원 급등한 1천29.20원으로 마감했다. 이날 상승 폭은 1998년 8월6일 이후 9년 7개월만에 최대 수준으로, 2006년 1월3일 이후 2년2개월만에 1천원대로 올라섰다. 1천20원대 종가는 2005년 12월13일 이후 처음이다.

원/엔 환율도 100엔당 66.30원 급등한 1천61.60원을 기록하면서 3년5개월만에 처음으로 100엔당 1천60원대로 진입했다.

지난해 11월초 장중 800원대까지 떨어졌던 원/달러 환율이 상승세로 돌아선 것은 고유가 여파로 무역수지가 지난 2월까지 3개월 연속 적자 행진을 지속한데다 외국인들의 증시 이탈이 가속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외국인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9개월간 약 4조3천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도했다. 더욱이 외국인들은 주식 배당금을 달러로 바꿔 본국으로 앞다퉈 보내면서 최근 12거래일간 무려 90원의 환율급등을 가져왔다.

환율의 급등세는 9년여만에 최대 상승률을 기록한 수입물가를 더욱 자극, 물가 폭등세를 심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잠잠하던 금리도 들썩이고 있다. 변동 금리형 주택담보대출의 기준 금리가 되는 양도성 예금증서(CD) 금리가 17일에도 오름세를 보이며 나흘째 상승세를 이어간 것.

◆실물 경기도 빨간불

대구시내 한 은행 관계자는 "봉급생활자들이 비상금으로 주로 이용하는 '마이너스 통장' 잔액이 최근 급감, 지난 연말에 비해 순식간에 4% 이상 줄었다"고 말했다. 신문을 도배하고 있는 '신용경색' 여파로 봉급생활자들부터 '빚 갚기'에 나섰다는 것이다.

대구시내 각 대형소매점도 떨어지는 객단가(손님 1명이 카트에 담아가는 물건값) 때문에 고민이다. 손님들이 씀씀이를 줄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추세를 반영, 백화점을 비롯한 '유통주'의 가격이 급락하고 있다. 주가폭락, 환율 상승에다 유가 폭등, 원자개 가격 급등의 영향으로 소비심리 위축이 불보듯 뻔하다는 것이다.

17일 신세계는 전 거래일보다 4.51%(2만6천원) 급락했다. 신세계의 주가는 지난해말 72만천원까지 올랐지만 올들어 코스피지수가 17% 빠지는 동안 24%이상 하락했다. 50만원대 초반이었던 1년전 주가로 되돌아간 셈이다. 신세계는 지난 14일 장중 49만3천원까지 빠지며 52주 최저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롯데쇼핑도 30만원대가 무너진 뒤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17일 롯데쇼핑은 전거래일보다 2.2%(6천500원) 떨어졌다. 현대백화점도 전거래일보다 2.16%(1천800원) 떨어졌으며 대구백화점도 17일 3.59%나 빠졌다.

최경철기자 koal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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