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공단 '전봇대'는 트레일러 회전 어려운 도로

입력 2008-03-18 10:13:08

4개 차로 모두 물고 운행…10여곳 중앙선 침범 예사

▲ 전체 통행량의 30%가량을 차지하는 트레일러가 돌아갈 수 없어 사고다발 지역으로 꼽히고 있는 포항공단내 동국제강 네거리. 왕복4차로 도로에서 트레일러가 전체 차로를 물고 힘겹게 회전하고 있다.
▲ 전체 통행량의 30%가량을 차지하는 트레일러가 돌아갈 수 없어 사고다발 지역으로 꼽히고 있는 포항공단내 동국제강 네거리. 왕복4차로 도로에서 트레일러가 전체 차로를 물고 힘겹게 회전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자 시절 불합리한 정책의 대명사격으로 '목포 대불공단 전봇대'를 지적한 이후 전국적으로 '걸림돌 전봇대 찾기'가 붐을 이룰 정도지만, 정작 포항공단에서는 애초부터 '도로'를 잘못 만드는 바람에 화물차들이 정상적으로 움직일 수 없는 곳이 10여군데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오전 포항공단 2단지 동국제강-포스콘기술연구소 네거리. 30분 남짓 지켜보는 동안 이 지점을 통과한 트레일러는 70대가량이었지만 적법하게 통행한 차는 단 한대도 없었다. 트레일러의 차체와 적재함을 합친 길이는 15m 정도. 편도 2차로, 왕복 4차로의 이 도로에서 90도로 꺾어 좌·우회전을 하려면 사실상 4개 차로를 모두 차지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 지점에서는 모든 트레일러가 중앙선 침범이라는 '중대 범죄'를 저지르고 있는 것. 게다가 후판이나 H빔·강관 같은 길이가 긴 제품을 실은 트레일러는 차량과 적재품 길이를 합치면 20m에 육박해 승용차나 버스 등의 운전자들에게는 공포의 대상 기피대상 1호로 지목받고 있다.

트레일러 운전자 윤모(42)씨는 "이 길은 철강제품을 실은 트레일러 등 화물차를 위한 도로나 마찬가지인데 어떻게 이런 도로를 만들었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3시쯤 공단 1단지 (주)삼일 네거리와 동일산업앞 삼거리는 사정이 더 심했다. 40여분 동안 100여대의 트레일러가 좌·우회전을 번갈아 하는 동안 금방 사고라도 날 것 같은 아찔한 순간이 2, 3분 간격으로 되풀이됐다.

철강재를 주로 수송하는 대형 운수업체 한 임원은 "회전할 수 있는 최소각도 없는 이 길에서 사고나면 무조건 우리 화물차 운전자들 과실이 된다"고 했다. 지입차주 김모(39)씨는 "회전하다 다른 차 한대 긁으면 밤잠 못 자고 운행한 며칠 운임이 통째로 날아간다"며 이번 기회에 포항공단 도로도 정비해 달라고 요구했다.

포항공단 도로 교차로가 이렇게 억지로 만들어진 것은 공장부지 분양면적을 늘리기 위해 철강공단이라는 특성을 감안하지 않은 채 일반 주택단지용처럼 도로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포항·박정출기자 jcpar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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