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P실 마다하고 사장실서 차한잔…환영현수막도 말려
"여기까지 왔는데 차 한잔 안 주시겠습니까?"
식사를 마친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조용하던 식당이 갑자기 부산해졌다. 여직원들은 미처 준비가 안된 터라 커피를 구하러 이리저리 뛰어다녔다. 공장 간부들은 1층 VIP 응접실로 모시겠다고 나섰지만 대통령은 사장실에 가보자고 했다.
"일본기업들은 사장실을 잘 꾸미지 않습니다. 누추하더라도 이해해주십시오." 사무실 한쪽에 칸막이만 해둔 사장실에서 대통령은 엔지니어들과 도면 검토를 위해 소파 대신 회의용 테이블을 놓았다는 말에 '이게 바로 실용'이라며 무릎을 쳤다. 앞에는 커피믹스를 탄 종이컵이 놓여 있었다.
이명박 대통령의 실용 행보가 17일 구미 방문에서도 이어졌다. 지식경제부 업무보고를 받은 전자정보기술원에서는 타원형 테이블의 가운데 자리에 앉아 현안에 대해 의견을 나누었다. 구미시내에는 그 흔한 환영 현수막 하나 걸리지 않았다. 대통령이 왔다는 사실을 미리 알지 못했던 사람이라면 무슨 행사가 열리는지 감도 잡을 수 없을 정도였다. 실제로 대통령이 아사히글라스 공장에 도착했을 때 길 건너편 공장에서는 직원들이 점심시간을 이용해 한창 족구를 즐기고 있었다.
대통령의 파격행보에 아사히글라스 공장의 한 여직원은 악수를 하면서 '오라버니'라고 부르기도 했다. 대통령은 식사 후 생산라인 시찰때도 걸어가자고 했다가 경호팀이 '(걷기에) 너무 멀다'며 만류해 겨우 차에 올랐다.
아사히글라스 한 관계자는 "보름 전 대통령 방문 연락을 받고 몇번이나 플래카드를 내걸게 해달라고 요청했으나 청와대에서 일절 못 내걸게 해 조금 아쉽기도 했다"며 "구내식당에서 식사하던 직원들과 대통령이 일일이 악수를 건네는 모습도 상당히 파격적으로 보였다"고 전했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당초 귀경할 때는 공군 1호기를 이용하는 방안도 검토했으나 에너지절약 차원에서 KTX로 변경했다"고 귀띔했다. 대통령은 구미에 내려올 때도 KTX를 이용했다.
이상헌기자 dava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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