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렴하고도 멋진 예식을 원했던 C(30·여)씨. 지난해 한 결혼박람회에서 '○○웨딩숍'과 계약한 C씨는 자신이 A웨딩컨설팅업체 고객으로 등록됐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 황당해졌다. 판박이식 결혼이 싫어 컨설팅업체를 피해왔다는 C씨는 "이런 식이라면 결혼박람회는 컨설팅업체의 손님 끌어 모으기일 뿐"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박람회의 숨은 주인, 웨딩 컨설팅업체=요즘 결혼을 앞둔 신랑신부에게 '정보의 장'을 제공하는 결혼박람회가 자주 열리고 있다. 그러나 혜택은 소비자에게 돌아가지 않는다. 참가업체들이 '개인정보를 확보하는 기회'가 될 뿐이다. 박람회장에서 각종 경품추첨 설문조사가 이뤄지는 것은 개인정보 수집 때문이다. 텔레마케팅을 노린 것이지만 개인정보는 대부분 박람회를 주최하는 컨설팅사로 넘어간다.
업체들은 미끼상품으로 예비부부를 유혹하지만 피해는 소비자들이 보고 있다. 지난해 한 웨딩박람회에 다녀온 K(32)씨는 '무료 웨딩드레스 대여권에 당첨됐다' '20만원 할인권을 주겠다'는 등 잇따르는 전화 때문에 한 업체와 계약했다. 경품에 혹해 계약했지만 막상 드레스 선택폭은 좁고 품질도 엉망이어서 결국 계약금만 날렸다.
박람회에 투자하는 비용까지도 소비자에게 고스란히 전가된다. 박람회 참가비는 보통 1부스당 120만~130만원 선으로 업체당 3~8개 부스까지 사용하면 인테리어비까지 1천만원에 육박한다. 그 비용은 질 낮은 상품을 파는 방법으로 보전한다.
한복업체를 운영하는 L씨는 "박람회 참가를 거절하면 컨설팅업체와의 관계가 끊어지고 갖은 비방으로 손님을 뺏어간다. 울며 겨자 먹기로 박람회에 참가하는 수밖에 없다. 참가 비용을 보전하려면 질 낮은 물건을 파는 방법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법·제도 정비돼야=웨딩 컨설팅업체는 소자본으로 손쉽게 창업할 수 있어 개업이 잇따르고 있다. 현재 대구에는 100개가 넘는 컨설팅업체들이 있지만 제대로 된 서비스를 하는 곳은 그리 많지 않다.
이들의 막강한 힘 때문에 웨딩시장은 '고가 소개비'와 '서비스 저하'라는 악순환에 시달리고 있어도 법적·제도적 규제는 찾을 수 없다. 지난해 12월 한 컨설팅 업체와 계약을 하고 3월에 결혼한 S(28·여)씨는 아직도 웨딩앨범을 받지 못했다. 업체가 폐업하면서 연락이 끊겼기 때문이다. S씨는 "알고 보니 이 업체가 이름만 바꿔 영업 중이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웨딩업계에서는 행정당국에 정찰제 도입, 자격증 현실화, 허가제 등으로 컨설팅업체의 고질적 병폐를 막아달라고 주문하고 있다. 한국웨딩산업진흥협회 김병일 과장은 "모든 문제는 정해진 가격 없이 '부르는 게 값'이기 때문"이라며 "전문성 있고 책임감 있는 웨딩플래너를 육성하는 제도 개선에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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