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방 미숙이 서울도전기] ⑤드디어 幕 올라

입력 2008-03-18 07:22:50

'만원 좌석'…공연 내내 박수'웃음

뮤지컬 '만화방 미숙이' 219회 공연이 지난주 서울 대학로 예술극장 '나무와 물'에서 열렸다. 대구 뮤지컬의 첫 서울 진출이며 신극이 우리나라에 들어오고 100년 만이다. '만화방 미숙이'는 2007년 1월 대구에서 첫 공연된 후 218회 공연과 지방 및 해외 초청공연의 여세를 몰아 서울에 상륙했다.

봄비가 오락가락하던 날씨였지만 극장은 공연시작 1시간 전인 오후 7시부터 북적거렸다. 140개 좌석 중 피아노 자리를 뺀 130석이 찼다. 대학로 극장들이 평균 60, 70명의 관객을 모으기도 힘든 점을 고려하면 놀라운 반응이었다. 공연 내내 열화 같은 박수와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관객의 얼굴엔 놀라움과 감동이 서려있었다. 대구 사투리를 알아듣지 못해 공연 중에 옆 사람에게 소곤소곤 묻고 그래서 한 박자 늦게 '풋' 웃음을 터뜨리는 관객도 있었다. 공연이 끝났지만 관객들은 오랫동안 자리를 뜨지 않고 박수를 쳤다.

"깜짝 놀랐다, 신선하다."

"배우들이 관객과 호흡하려는 노력이 감동적이다."

"A급 뮤지컬에 비하면 세련미가 떨어지지만 훌륭하다."

배우들도 상기된 표정이었다. 분식점 아가씨 명자 역을 맡은 김민정씨는 "서울 관객은 대구 관객보다 감정표현을 더 잘하는 듯하다. 더 많이 호응하고 더 자주 박수를 쳐주시니 정말 즐겁다"고 했다.

뮤지컬 '만화방 미숙이'의 장기공연과 서울 진출에는 관객의 호응뿐만 아니라 배우들의 성실함이 있었다. 219회까지 오는 동안 단 한 사람의 배우도 '펑크'낸 사람이 없었다. 피로가 쌓이고 불만이 있었겠지만 불만을 드러낸 사람은 없었다. 당일 출연하지 않는 배우들은 대학로로 나가 홍보 전단을 돌리느라 쉴 틈이 없다. 그럼에도 미소를 잃지 않았다.

주변의 관심도 뜨거웠다. 매일신문은 '만화방 미숙이'의 서울 도전기를 2월부터 5주에 걸쳐 생생하게 보도했다. 서울의 여러 신문과 방송들도 취재에 열을 올렸다. KBS는 '만화방 미숙이' 팀의 서울 생활을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취재했다. 지방 뮤지컬의 서울진출은 서울에서도 놀랄 일이었다. 대구출신의 중견 연기자 이대로씨는 극장을 찾아와 배우들과 스태프를 격려했다. 그는 공연팀 모두에게 저녁을 사기도 했다.

공연이 열린 '나무와 물'극장은 대학로에서 다소 외곽에 자리잡은 창작전문 소극장으로 140석 규모이다. '만화방 미숙이' 50일 대관료는 2천만 원으로 '많이 깎아 준 것' 이라고 했다. 대학로 중심의 극장은 하루 대관료가 70만원쯤이라고 했다.

공연이 끝난 후 이상원 뉴컴퍼니 대표는 "만화방 미숙이 서울 공연으로 대구 뮤지컬의 서울 진출이 더 이상 '위험한 역주행'이라는 꼬리표를 달지 않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뮤지컬 '만화방 미숙이'의 서울공연은 4월 27일까지 계속된다.

조두진기자 earf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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