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심삼일' 경계…자기주도 학습습관 길러라
어수선한 가운데 신학기가 시작된 지 보름이 지났다. 학생과 학부모 모두는 잘 해 보려는 의욕이 너무 지나쳐서 모든 면에서 무리하기가 쉽다. 신학기를 맞은 학생은 출발점에 선 마라톤 선수와 같다. 잠시 전력 질주한 뒤 기력을 소진하면 결승점까지 달릴 수가 없다. 평소에는 자기 페이스를 유지하면서도 골인 지점을 앞두고는 힘을 쏟아부을 수 있어야 한다. 올 한해를 완주하기 위해, 좋은 성적으로 결승점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 전문가들이 제안하는 성공적인 학습 및 생활 가이드를 정리해봤다.
◆아침식사를 챙겨라
습관적으로 아침식사를 거르는 학생들이 많다. 이제부터라도 가능하면 아침을 먹게 해야 한다. 아침을 거르면 오전에는 몽롱한 상태로 집중을 못하게 되고, 점심때는 폭식을 하는 경향이 있다. 이렇게 되면 오후에는 졸음을 견디기 힘들다. 아침식사를 하지 않으면 머리가 나빠진다는 말이 있다. 의학적으로 근거 있는 이야기이다. 하루 동안 뇌를 움직이기 위해 소요되는 에너지량은 쉴 새 없이 일하는 심장 소비량(140㎉)의 약 3배 정도인 400㎉. 따라서 아침을 거르면 다음 식사할 때까지 에너지원이 부족해진다. 아침을 먹지 않으면 에너지가 부족하게 돼 활동에 대비한 인체의 준비가 불충분해진다. 특히 뇌 활동의 유일한 에너지원인 포도당으로 구성된 쌀을 섭취하는 우리나라 사람의 경우 아침 식사를 거를 경우 뇌 활동이 현저히 떨어져 지적활동이 둔해질 수밖에 없다. 배가 고프면 오전 내 뇌하수체 위에 있는 시상하부 속의 식욕중추가 흥분 상태가 된다. 아침식사는 식욕중추의 흥분을 가라앉히는 데 필요한 혈당을 높여 생리적으로 안정된 상태를 만들어 준다.
◆충분한 수면과 휴식
밤 늦게 자고 낮에 조는 야행성 학생들 상당수가 학업 성취도가 낮고 성적 향상이 느린 경향이 있다. 이런 학생들은 수업 시간에 집중해서 듣지 않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기초가 약한 상태로 머무르기가 쉽다. 야행성 생활 습관은 만성피로로 발전하기가 쉽고 결국은 학습의욕을 상실하게 한다. 입시 격언에 '4당5락'이라는 말이 있다. 4시간 자면 합격하고 5시간 자면 떨어진다는 것이다. 이보다 더 터무니없는 말은 없다. 필요한 수면량은 개인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지만 낮 시간에 지장이 없도록 평균 6시간 이상 자야 한다. 학년이 낮을수록 더 많이 자야한다. 수면 부족은 생활을 짜증스럽게 하고 학습의 생산성을 떨어뜨린다. 결국엔 무기력증, 의욕 상실증, 두통 등과 같은 만성피로증후군에 시달리게 된다. 밤에 자지 않고 낮에 조는 것만큼 어리석은 짓은 없다. 초등학교 때부터 낮 시간에 집중해서 공부하고 밤에 푹 쉬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저학년 때 건강한 생활 습관을 확립하지 않으면 그 이후에는 고치기가 매우 힘이 든다.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말자
많은 사람들이 평소에는 자녀가 다소 못마땅하더라도 잘 참는다. 그러나 어떤 계기로 감정이 폭발하면 자녀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준다. 간혹 어머니나 아버지 친구의 자녀, 혹은 친척의 자녀를 들먹이며 본받으라고 윽박지르는 경우가 있다. 이런 식의 꾸중은 십중팔구 아무런 효과도 거둘 수 없다. 어떠한 경우에도 남과 비교해서는 안 된다.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꾸중은 수험생의 모든 의욕을 꺾어버리고 반항심만 키울 가능성이 높다.
◆학습계획
학기 초에 너무 욕심을 내어 실천 불가능한 계획을 세우는 것은 금물. 이렇게 되면 초반에 무리를 하다가 결국은 며칠 안 가서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실천 가능한 계획을 세우고 반드시 달성하는 생활 습관을 초·중학교 때 확립해야 한다. 스스로 세운 계획에 대한 성취감은 피로를 잊게 하며 자신감의 원천이 된다. 학습계획은 1주일 단위로 세우는 것이 좋다. 주말에 스스로 평가해 부족한 부분은 보충하고 계획량을 실행했다면 푹 쉬는 습관을 갖도록 한다. 자기주도형 학습습관은 계획의 수립과 실천, 그에 따른 평가를 학생 스스로가 주체적으로 수행하는 과정을 통해 확립된다.
◆기초학력과 자기주도적 학습
건강에 대한 개념이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질병이 생기면 이를 치료하는 데 중점을 뒀지만 요즘은 병을 예방하는 방향으로 건강관리에 대한 접근법이 달라졌다. 개인의 유전적인 특성을 고려해 바람직한 생활습관, 식습관, 운동 방법을 처방해 주고 정기적으로 검사를 해 병의 발생을 사전에 예방하는 것이 건강관리의 기본 모델이 되고 있다. 공부도 마찬가지이다. 초·중학교 때 시행착오를 거쳐 자기주도형 학습습관을 미리 확립해야 학년이 올라갈수록 보다 수월하게 학교생활에 적응할 수 있다. 많은 학부모들이 초·중학생 때는 방치에 가깝게 내버려 두다가 고등학생이 되면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한다. 고3 때 과외를 받고 새로운 학습 방법을 찾는다는 것은 별로 의미가 없다. 어릴 때의 기초 학력과 학습 습관이 고교생활 전반은 물론이고 대학입시의 승패까지 좌우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일정 분량의 학습량을 단숨에 독파하는 능력이 과거보다는 많이 떨어졌다. 과거에는 우수한 학생들 대부분이 일단 책을 손에 잡으면 집요하게 물고 늘어져 반드시 끝을 보는 습관을 갖고 있었다. 학교수업을 제외하고는 나머지 거의 대부분 일정을 혼자 관리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아무리 우수한 학생이라 할지라도 학습의 상당 부분을 남으로부터 도움받고 관리받는다. 과목마다 공부하는 요일과 시간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학원이나 과외 선생님이 정해놓은 분량만큼만 따라가는 것이 습관화돼 있다. 초등학교 때부터 이런 생활에 익숙하다 보니 무엇을 혼자 계획하고 실천한다는 것이 대단히 어렵게 되었다. 학원이나 과외를 시작하기 전에 그 학원의 교육 과정이 학생으로 하여금 얼마나 자발적으로 공부하게 하는가를 알아보아야 한다.
◆예습
아직도 많은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공부는 학교에서 배운 내용을 복습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과거 부모님들의 학창 시절까지만 해도 복습 위주의 학습이 그런대로 효과가 있었다. 전후 맥락의 이해 없이 단편적인 지식을 무조건 암기하기만 해도 맞출 수 있는 문제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내신 성적도 수업시간에 배운 내용을 그대로 혹은 약간만 응용해 다시 묻는 문제가 많다. 따라서 배운 것을 기계적으로 열심히 외우면 어느 정도까지는 학습량에 비례해 좋은 점수가 나온다. 복습 위주의 학습이 상당히 효과를 볼 수 있다는 말이다.
하지만 수능시험에는 지식 그 자체보다는 종합적인 이해력, 추론 능력, 상상력, 응용력, 주어진 자료의 분석과 결론 도출 능력 등과 같은 고차원적인 사고력을 요구하는 문제가 많다. 그러므로 복습 위주의 학습으로는 결코 고득점을 할 수 없다. 결론부터 말하면 수능시험에서는 예습 위주의 학습이 훨씬 생산적이라는 것이다. 예습을 하고 수업을 들으면 학습의 생산성이 극대화된다. 예습의 습관은 초교 때부터 시작해 중학 과정에서 생활화, 습관화될 수 있게 하는 것이 가장 좋다.
많은 학생들이 예습은 내일 공부할 내용과 문제의 답을 혼자 힘으로 미리 알아야 하는 힘겨운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잘못된 생각 때문에 예습하기가 두렵고 힘이 드는 것이다. 예습이란 공부할 내용과 답을 미리 아는 과정이 아니고, 학습할 내용을 미리 접해보고 자신이 잘 모르는 부분에 밑줄을 치는 작업, 다시 말해 배울 내용에 대해 스스로 문제를 제기하는 과정이다.
문제 제기가 된 상태에서 수업에 참가하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집중력과 이해도가 훨씬 높아진다. 선생님께 질문하고 토론할 기회도 많아짐은 물론이다. 또 미리 고민했기 때문에 그 내용을 더욱 오래 기억할 수 있다. 예습을 통해 문제 해결 방법을 먼저 생각해 보는 습관이 형성되면 새로운 상황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능력과 자신감이 생긴다. 예습은 지적 호기심과 창의력을 길러 준다. 예습은 시험을 칠 때 어려운 문제를 만나도 당황하거나 위축되지 않고 자신감을 갖고 도전적으로 부딪힐 수 있는 능력을 길러준다. 어떤 주제를 항상 먼저 생각해 보는 예습은 대입 논술고사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는 최선의 학습방법이다. 예습에 익숙하지 않은 학생은 과목당 5분씩만 투자하는 습관을 가지도록 도와주자. 하루 30분에서 1시간 정도면 내일 배울 전 과목 내용을 미리 한 번 읽어볼 수 있다. 예습을 하고 개념과 원리의 이해에 중점을 둔다면 암기는 훨씬 쉬워지고 복습 시간도 단축된다. 예습을 6개월만 실천해 보면 기적 같은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김교영기자 kim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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