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학습] 거창 가조 분지

입력 2008-03-18 07:51:07

거창은 경남 북서부의 내륙산간 지방으로 백두대간에서 뻗어내린 덕유산과 가야산 등 이름 높은 산자락이 주는 혜택으로 산수가 빼어난 고장이다. 큰 산이 많은 고장임에도 불구하고 거창(居昌)의 지명은 '넓고 큰 밝은 들'이란 뜻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이 지역에 북쪽은 덕유산과 수도산, 서쪽은 금원산과 기백산, 동쪽은 우두산과 비계산, 남쪽은 감악산 등 대략 1,000m 전후의 높은 산들이 솟아있고 보해산과 금귀봉, 박유산 등의 산줄기가 남북으로 뻗어 있어 서쪽의 거창읍과 동쪽의 가조면이 넓은 산간 분지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88고속도로 광주 방향에서 합천터널을 통과하면 내리막길과 함께 높고 낮은 산들로 둘러싸인 넓은 들판을 만나게 되는데, 이곳이 바로 거창의 가조 분지다. 어렴풋이 시야에 들어오는 거창휴게소의 뒷산 중턱에는 돌무더기들이 숲 사이로 흘러내릴 것 같은 풍경이다. 또 휴게소 맞은 편의 산기슭은 미끄럼틀이나 스키장의 활강장을 연상케 하는 완만한 언덕이 아래쪽으로 길게 이어져 자연의 아름다움과 경이로움을 느끼게 한다.

가조 분지의 바닥은 농경지가 넓게 펼쳐져 있으며, 가조 IC 부근에는 수질 좋기로 소문난 온천 지대가 자리잡고 있다. 가조 IC를 지나 긴 비탈길을 올라가 살피재를 넘어가면 커다란 들판과 시가지가 나타나는데, 이곳이 거창의 중심지를 이루는 거창읍이다. 거창 분지의 중앙에는 남덕유산에서 흘러내리는 위천이 황강과 만나면서 첩첩산중에서도 꽤나 풍요로운 들판을 만들어놓고 있다. 이처럼 높은 산지가 많은 지역임에도 넓은 들판이 있는 관계로 거창은 예로부터 사람들이 모여들어 삶터를 이루어온 것 같다.

특히 가조 분지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침식 분지로 주변 산지는 북동쪽의 우두산(1,046m)과 비계산(1,126m), 동쪽의 두무산(1,038m), 남동쪽의 오도산(1,134m)과 미녀산(930m), 숙성산(898m), 남쪽의 감토산(521m)과 서쪽의 박유산(712m), 북서쪽의 금귀봉(827m)과 보해산(912m) 등이 둘러싸고 있다. 그리고 분지 가운데는 가조천이 북에서 남으로 흐르면서 넓은 평지를 이룬다. 주변 산지에서 분지 바닥의 하천까지는 완만한 사면이 길게 형성돼 골짜기와 구릉이 나란히 달리고, 산지의 급경사면에는 돌들이 무더기로 쌓인 너덜지대가 나타나며, 골짜기와 하천 주변은 농경지로 이용되고 있어 분지 지형을 학습하기에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

가조 분지의 체험학습은 고속도로보다 국도와 지방도를 이용한 다음 코스를 추천한다. 먼저, 합천 해인사 쪽에서 59번 국도를 타고 가조로 넘어가는 고갯길에 도착하여 작은 공원에서 가조 분지의 전체 지형을 관찰한다. 정면에서 왼쪽으로 비계산 급사면에 펼쳐진 너덜지대를 보고, 오른쪽으로 미녀산에서 길게 이어지는 산록완사면을 감상한다. 그리고 분지 가운데 펼쳐진 농경지와 마을의 위치를 살펴본다. 다음은 1084번 지방도를 타고 분지 내부로 이동하면서 사람들이 분지의 땅을 어떻게 이용하는지 살피며, 하천이 흐르는 곳에서 분지의 형성 기반이 되었던 암석과 하천지형을 학습하면 좋을 것 같다.

최희만(영남삶터탐구연구회·오성고 교사)

참고자료:삶터탐구활동 길잡이(대구남부교육청)

◆가조 분지에 대한 Q&A

▷가조 분지는 어떻게 형성되었을까?

가조 분지는 우리나라에서 많이 볼 수 있는 화강암 침식 분지의 하나로 지질적으로 주변에 비해 약한 암석이 분포하는 지역에서 잘 발달하는 지형이다. 분지의 형성은 중생대 쥐라기와 백악기 말기에 화강암이 뚫고 올라오는 지각변동으로 시작되었다. 기존의 편마암과 경상계 퇴적암층이 화강암의 관입으로 열과 압력을 받아 단단한 암석으로 변질되고 여러 방향의 구조선이 생겼다. 그 후 오랫동안 연한 화강암과 강한 변성암은 구조선을 따라 차별침식을 받아 중앙의 화강암은 빨리 침식되어 저지대를 이루고, 주변의 변성암은 침식에 강하여 높은 산지를 이루면서 분지가 되었다. 또 분지의 내부는 침식 과정에서 다양한 지형을 만들어 놓았는데, 주변 산지로부터 하천에 이르기까지 급경사면과 산록완사면, 구릉지, 범람원 등이 차례로 나타난다.

▷분지 지역의 기후는 어떻게 나타날까?

분지는 산으로 둘러싸인 폐쇄적인 공간이기 때문에 공기의 유입이 자유롭지 못하다. 따라서 공기의 가열과 냉각이 잘되어 기온의 일교차가 크며, 강수량도 적어 과수나 고추, 담배 재배에 유리한 기후다. 또 분지 내부는 평지와는 다른 특수한 기온 분포를 나타내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공기의 온도는 고도가 높아질수록 내려가는데, 분지 안에서는 위아래의 기온이 뒤바뀌는 기온 역전 현상이 자주 발생한다. 즉, 일교차가 큰 계절이면 분지의 아래쪽이 저온이고, 위쪽이 고온이 되는 현상인데, 이것은 주변 산지에서 냉각된 공기가 산사면을 따라 분지 안으로 내려와 지표 부근의 기온이 상층부보다 낮아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온 역전이 나타나면 대류 작용이 약해져 농작물이 냉해를 입고, 안개가 자주 발생하며, 공장 매연이 분지 내부에 축적돼 대기오염이 심해진다.

▷침식 분지는 인간 생활에 어떻게 이용되고 있을까?

분지에서 산지와 평지가 만나는 산록완사면은 배산임수의 조건을 갖춰 취락이 입지하기에 유리하다. 주변 산지는 물과 연료, 약초와 식량을 제공해 주고 겨울 북서풍을 차단해 주는 역할을 한다. 또 하천은 농업 용수와 비옥한 농경지를 제공한다. 따라서 작은 분지에는 마을이 들어서고 큰 분지에는 도시가 형성되었는데, 한강 유역의 양구·춘천·충주·수원, 낙동강 유역의 안동·거창, 섬진강 유역의 구례·남원 등이 대표적이다. 분지의 토지 이용을 살펴보면 산지의 급사면은 산림지로, 산록완사면은 과수원이나 밭으로, 하천 주변의 평지는 논으로 이용된다. 침식 분지의 이러한 공간 구성은 인간 생활에 유리한 조건을 제공하므로 예로부터 삶의 중요한 터전으로 이용되고 있다.

◆주변에 이런 곳도 있어요!

▷수승대

수승대는 덕유산 줄기의 위천이 빚어놓은 거창 제일의 명승지다. 위천변 일대는 삼국시대 백제와 신라의 국경지대로 백제의 사신을 신라로 근심스럽게 보냈던 사연에서 원래는 수송대(愁送臺)라 불렀다. 그 후 조선 중종 때 퇴계 이황 선생이 이곳의 빼어난 경치를 격찬하며 수승대(搜勝臺)로 고칠 것을 권하는 시 한수를 보냈고, 이것을 바위에 새김으로써 오늘날 수승대라 부르게 되었다.

▷가섭사지 마애삼존불상(보물 제530호)

금원산 북쪽 골짜기 가섭사지(迦葉寺址) 뒤 큰 바위 동굴의 안쪽 암벽에 새겨진 삼존불이다. 중앙의 부처가 두 보살을 좌우로 거느린 모양으로 중앙은 아미타여래, 오른쪽은 관세음보살, 왼쪽은 지장보살로 보인다. 침잠한 얼굴 표정과 특이한 대좌 형식 등에서 토속적인 느낌을 강하게 풍기는 불상이다.

▷거열성 군립공원

거열성은 가야세력에 의해 처음 쌓은 것으로 추정되며, 백제 패망 후 3년간 항전하던 백제부흥군이 문무왕 3년(663) 신라 장수 김흠순, 천존 등에게 함락되고 700여명이 참수당했던 곳으로 역사의 산 교육장이다. 성곽은 길이 2.1㎞, 폭 7m의 산성이 부분적으로 원형을 간직하고 있다. 공원 내에는 건계정, 상림리석조관음입상, 조각공원 등의 문화공간이 갖추어져 있다.

▷정온선생종택(중요민속자료 제205호)

이 집은 동계(桐溪) 정온(鄭蘊·1569~1641년) 선생의 생가로 그 후손들이 1820년에 중창한 사당이 겸비된 종택이다. 남부지방 양반집 형태를 잘 갖추고 있으며, 각 신분에 따라 공간구분이 잘 된 조선시대 건축의 특징을 잘 반영하고 있다. 안채와 사랑채는 기단이 낮은 반면 툇마루가 높게 설치되어 있고 전체 가옥구조가 평면 구성으로 북부지방에서 많이 보이는 겹집의 형태를 갖추고 있는 점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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