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또 한번 경찰이 원망스럽다

입력 2008-03-17 11:13:31

이혜진양을 살해 암매장한 범인은 혜진양 이웃에 혼자 사는 39세의 정모씨였다. 그는 16일 밤 경찰에 연행돼 와서도 "내가 왜 붙잡혀 왔는지 모르겠다"고 범행을 부인했으나 경찰은 정씨가 범인이 확실하다며 17일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렇지만 범인을 바로 코앞에 두고도 82일간이나 허탕을 쳤던 경찰은 뒷북 수사와 무능 경찰이란 비난을 면할 수 없게 됐다.

경찰은 오래전에 이미 용의자 정씨에 대한 1차 탐문수사를 벌였었다. 지나가듯 묻는 경찰에 정씨는 사건 당일 집에 있었다고 말했고 경찰은 정씨에게서 어떤 용의점도 발견하지 못했다. 하지만 경찰은 혜진양의 시신이 발견되면서 다시 한번 이웃에 주목했다. 증거를 없애고 완전 범죄를 노린 면식범의 단독 소행일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 것이다. 수사망을 압축한 경찰은 비로소 범인 정씨가 렌터카를 빌린 사실을 확인하면서 결정적 증거인 피해자의 혈흔을 찾아냈다.

충격적인 마포 4모녀 피살사건 범인도 피해자들과 가까이 지낸 이호성이었다. 이때도 경찰은 범인에 대해 용의점을 두고 수사를 벌였으나 증거를 찾지 못했다. 주민의 신고가 없었다면 장기 미제가 될 뻔한 사건이었다.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지만 경찰의 사건 수사가 더 능동적이어야 한다. 흉악범들도 잡고 보면 겉보기엔 멀쩡한 이웃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다고 그것이 경찰의 면책 사유가 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범죄로부터 국민들을 보호하고 또 범죄 발생 이후 조속한 범인 검거를 위해서는 주택가와 주요 도로 곳곳의 CCTV 설치를 확대해야 한다. 개인의 사생활 보호가 중요하지만 그것이 생명 보호와 범죄 예방에 우선할 수는 없다. 어린이와 여성들이 무방비 상태에서 범죄에 노출돼 흉악범의 표적이 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들을 보호하지 못하는 국가에 국민들은 세금을 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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