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나라 공천, 유권자가 냉정히 따져볼 일

입력 2008-03-14 11:09:50

한나라당은 대구 경북 현역의원 25명 중 10명을 공천에서 떨어뜨렸다. 탈락자 중에는 3선 중진 6명 전원이 들어있다. 이른바 '친이' '친박'을 가리지 않고 중량급 의원 전부를 탈락시킨 것이다. 여기에다 탈락자 10명 또한 '친이' '친박'을 5대 5로 똑같이 맞추었다.

이런 공천 결과에 박근혜 전 대표가 현재 어떤 심사인지 알려진 것은 없다. 다만 기계적으로 맞춘 탈락 수치 균형 앞에서 대놓고 반발하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다. 부산'경남을 포함해 영남권 전체로도 탈락 현역 의원 25명 가운데 '친이'가 12명으로 '친박' 10명보다 오히려 더 많은 상황이다. 게다가 경쟁상대인 통합민주당은 텃밭인 호남에서 30% 물갈이를 현실화했고 대선 후보였던 의원조차 공천을 주지 않은 터다. 박 전 대표로서는 공개적인 반발의 명분을 찾기가 난감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렇더라도 박 전 대표가 자신의 오른팔 격인 김무성 의원 탈락에 어떤 충격을 받았을지는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자신의 미래가 달린 격전을 앞두고 장수를 잃은 심경과 분노일 것이다. 그래서 그가 어떤 선택을 할지에 당 안팎의 촉각이 곤두서 있는 것이다. 하지만 크게 보아 이번 공천의 잘잘못은 유권자가 판단할 몫이다. 영남권 의원 물갈이 43.5%는 역대 최고다. 지난 17대는 42.8%였지만 그때는 불출마가 많았던 상황인 만큼 이번에 훨씬 많은 현역을 쳐낸 것이다. 적어도 규모에서는 현역의원 교체를 요구하는 높은 여론(60% 내외)에 부응한 셈이다.

물론 탈락자 하나하나가 반드시 해당 지역이 요구하는 인적 쇄신과 일치하는지는 두고 볼 일이다. 계파 안배에 따른 억울한 희생도 없지 않을 것이다. 살아남은 의원 중에는 평소 지역구 관리 등에서 의문이 드는 인물들도 끼어 있다. 한나라당이 과연 엄정하게 사람을 고르고 이 지역의 앞날을 고려했는지 유권자들이 냉정하게 따져볼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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