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처구니 없는' 10대…4일간 5차례 경찰서 들락날락

입력 2008-03-14 09:33:04

"4일간 경찰서를 다섯번이나 들락날락했어요."

14일 오전 3시쯤 대구 수성경찰서 형사계 사무실. K(12)군 등 미성년자 2명이 오토바이를 훔친 혐의로 붙잡혀 왔다.

"그저께 잡혀왔던 애들 아니야?"

당직 형사는 한눈에 이들을 알아봤다. 이들은 지난 11일 차량절도 혐의로 조사를 받고 훈방돼 낯이 익었기 때문이다.

전날인 13일 새벽 달서경찰서 형사계에서도 똑같은 일이 벌어졌다. 오토바이 절도 혐의로 붙잡혀온 K군 등 2명은 바로 전날인 12일 오후 3시쯤 형사들에게 절도, 폭력 혐의로 조사를 받고 훈방된 직후였기 때문이다.

K군 등 또래 6명은 지난 5일 오후 4시쯤 남구 대명동에서 학원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던 L(13)군을 골목길로 데려가 마구 때리고, L군의 집에 들어가 반지와 귀금속 등 시가 120만원 상당을 들고 나온 혐의로 조사를 받았다. 그런데 K군 등 2명은 13일 오전 1시쯤 달서구 송현동의 한 음식점 앞에 서 있던 K(40)씨의 오토바이를 훔친 혐의로 또다시 경찰에 붙잡혔다. 전날 경찰서 문을 나선 지 반나절도 채 지나지 않아서였다.

형사들은 "인사까지 잘하고 나가더니 그새 또 사고 쳤느냐"며 혀를 찼다. K군은 지난달 28일 오전 4시쯤에도 또래들과 오토바이를 훔친 혐의로 지난 11일 경찰에 붙잡혔다.

결국 K군 등 두 명은 지난 11일부터 14일까지 하루도 빠지지 않고 경찰서에 잡혀와 각기 다른 사건으로 다섯차례 조사를 받았다. 이들은 달서서와 수성서를 오가며 조사받고 훈방되자마자 계속 범행을 저질러왔다.

"얘네들 커서 뭐가 되려고 이러는지 모르겠어요. 촉법 소년이라 처벌도 못하고…" 소년들을 조사한 경찰관들은 이번만큼 황당한 경우는 처음이라고 했다.

임상준기자 zzu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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