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분양 넘치는데 1순위가 소용 있나요"
무주택 서민들에게 내집 마련의 필수적인 존재였던 '청약 통장'이 존재가치를 점점 잃어가고 있다.
미분양 아파트 증가에다 청약 가점제 시행 등으로 신규 분양 아파트 계약시 청약 우선권을 받을 수 있는 청약 통장의 효용가치가 거의 사라지면서 청약 통장을 해약하는 가입자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매달 이탈하는 청약 통장 가입자
1월 말 현재 대구 지역 내 '청약예금' 가입자는 7만9천622명. 가입자가 가장 많았던 2006년 1월의 11만4천556명에 비하면 2년 사이 전체 가입자의 30%에 이르는 3만4천900여명이 줄어들었다. 규모에 관계없이 민영아파트 청약 자격을 받을 수 있는 청약 예금 가입자가 본격적으로 감소한 것은 대구 지역 미분양 아파트가 증가하기 시작한 지난해 이후부터다.
2006년에는 매달 평균 800여명씩 줄어들던 가입자가 지난 한해 동안에는 2만300여명이 감소해 매달 평균 1천700여명씩 감소하고 있는 것.
건설협회 대구시회 관계자는 "최근에는 아파트를 계약하더라도 동·호수를 지정할 수 있는 선착순 계약을 하기 때문에 지난해 통장 가입자 감소분의 대다수는 통장 해약자일 것"이라며 "청약 경쟁률이 없는 지방 대도시의 경우 당분간 청약 예금 통장은 무용지물이나 다름없다"고 밝혔다.
전용면적 85㎡ 이하를 청약할 수 있는 '청약부금' 가입자는 거의 반 토막이 난 상태다.
지난 2004년 13만9천명으로 최고치를 기록한 뒤 2006년 12만3천여명으로 소폭의 감소세를 유지하다 2007년 1월 10만300명에서 올 1월 현재 6만9천600여명으로 대폭 줄어든 것.
그나마 분양가가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장기 임대를 받을 수 있는 주택공사나 도시공사 등이 공급하는 국민 주택을 청약할 수 있는 '청약 저축'은 인기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 2004년 5만200명에서 매년 2만여명씩 증가해 지난해 1월에는 9만4천여명까지 늘어난 뒤 올 1월에는 9만3천여명으로 보합세를 유지하고 있는 상태다.
분양대행사 리코의 최동욱 대표는 "대구나 부산 등 미분양 물량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중인 지방 대도시의 경우 주택공급이 부족하던 1980년대 만들어진 아파트 청약제도 자체가 의미가 없는 상태"라며 "이 같은 청약 통장 가입자 감소는 올해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청약 통장을 대신한 깜깜이 분양
정상적으로 청약 1,2,3순위를 접수하고 추첨을 통해 당첨자를 발표한 뒤 계약으로 이어지던 청약 일정은 최근 들어 '깜깜이 분양'으로 바뀌었다.
깜깜이 분양이란 모델하우스 공개 없이 청약 일정이 지난 뒤 4위자(무순위) 즉, 선착순을 통해 계약을 하는 형태로 지난해 인터넷 청약이 시행에 들어간 뒤 보편화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깜깜이 분양을 한 시공사 관계자는 "정상 청약을 받아봤자 청약객이 없을 뿐 아니라 인터넷 청약의 경우 절차가 까다롭고 기간도 길어져 깜깜이를 선택했다"며 "청약률이 10% 미만이 되더라도 정상 청약을 하면 관련법상 반드시 동·호수 추첨을 받아야 하는데 누가 청약 통장을 사용 하겠냐"고 반문했다.
실제 지난해 겨울 이후 분양에 들어간 봉덕동 삼성 래미안과 이달에 분양한 삼성중공업의 범어동 '쉐르빌', 14일에 모델하우스를 오픈하는 SK건설의 수성구 두산동 '리더스 뷰' 단지 모두 깜깜이 분양을 했다.
이들 단지들은 정상 청약기간 동안 모델하우스 문을 닫은 뒤 시장 분위기를 감안, 통상 '그랜드 오픈'이란 이름으로 선착순 계약을 받고 있다.
시공사 관계자들은 "지난 정권 때 만들어 놓은 불합리한 주택 관련 제도의 폐해가 반영된 것이 깜깜이 분양"이라며 "지방 분양 시장은 말 그대로 '법 따로 현실따로"라고 밝혔다.
이재협기자 ljh2000@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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