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고싶은 길] 대구 수성구 파동 용두골

입력 2008-03-13 07:04:17

완만한 흙길…나이듦에 대한 자연의 배려

대구 사람들의 휴식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신천. 그 양쪽으로 도로가 놓이면서 안타깝게도 아름다운 경관들이 많이 사라져갔다. 그 가운데 하나가 신천 상동교 부근에 있는 용두바위다. 전영권 대구가톨릭대 교수가 쓴 '이야기와 함께 하는 전영권의 대구지리'에 따르면 고산골 입구의 강가 절벽은 앞산의 동편인 산성산으로부터 하산하면서 내다려보면 마치 용이 엎드려서 신천의 물을 먹는 모양으로 보인다고 해서 용두산이라 하고, 신천에 있는 절벽바위를 용두바위라고 했다는 것. 70년대까지만 해도 용두바위 아래에는 맑은 물이 소(沼)를 이뤄 어른들이 멱을 감는 등 아름다움을 뽐내는 곳이었다. 하지만 도로를 내는 과정에서 용두바위가 크게 훼손되고 말았다. 여기다 요즘에는 고가도로 공사가 한창이어서 용두바위의 아름다움이 추억 속으로 묻힐까 걱정이다.

용두바위가 대구 사람들의 휴식처 리스트에서 탈락(?) 되는 비운을 겪은 반면 그와 이름이 같은 수성구 파동 '용두골'은 시민들로부터 각광받는 명소다. 상동교를 지나 달성 가창면으로 가는 신천 좌안도로를 달리다 보면 장암사에 이어 대구시묘포장이 나온다. 대구수목원 등에 필요한 묘목을 키우는 곳이다. 용두골 등산로는 여기에서부터 시작된다.

6일 오전 등산로 초입에 있는 주차장은 차량으로 가득할 정도로 평일에도 찾는 사람이 많다. 용두골 입구에서 산성산 정상까지의 거리는 3.5km. 등산로를 따라 산성산 정상을 거쳐 앞산으로 이어지는 종주 산행을 하는 사람들도 많고, 정상까지 갔다 되돌아오는 코스를 택하는 사람들도 있다. 아니면 왕복해서 2시간 가량 걸리는 약수터까지 산책을 하는 주민들도 많다.

경사가 완만한 흙길을 따라 걷는 게 용두골 산행의 가장 큰 매력. 등산로를 따라 서 있는 키 큰 산죽(山竹)도 운치가 있고 울창한 소나무와 참나무가 마음의 때를 씻어준다. 도심에 비해 기온이 2, 3도 정도 낮고 계곡의 물이 철철 넘쳐나 여름철에는 용두골을 찾는 사람들이 더욱 많다.

용두골을 찾는 등산객은 주말에는 수백명에 이르고, 평일에도 100명에 육박한다. 손춘옥(72) 할머니는 "등산로가 가파르지 않아 노인들이 걷기에 안성맞춤"이라며 "공기도 좋아 하루도 빠지지 않고 용두골을 찾는다"고 했다. 양선자(60) 할머니도 "매일 아침 약수터까지 다녀오는 산행을 하고 있다"며 "동네에서 가까운 곳에 이렇게 좋은 곳이 있다는 게 축복"이라고 덧붙였다. 두 할머니는 용두골 산행을 한지 20년, 10년이 된 베테랑들이다.

등산로 주변에는 배드민턴장과 철봉 등 체육시설도 있어 운동을 하기에 딱 좋다. 곳곳에 의자가 있어 산행 도중에 편안하게 쉴 수도 있다. 용두골 산행의 또 다른 매력은 추억에 젖을 수 있다는 것. 등산로에서 만나게 되는 두 집의 토속적인 모습을 보면 어느새 마음이 푸근해진다. 흙으로 만든 벽과 조그만 텃밭, 돌담 등이 추억의 여행을 떠나게 만들어준다.

팔공산과 앞산 등 명산으로 둘러싸인 용두골은 분지의 도시에 사는 사람들에게 자연이 선사한 축복의 하나란 생각을 하며 용두골 산행을 마쳤다.

이대현기자 sky@msnet.co.kr

사진 정재호기자 newj@msnet.co.kr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