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치료 전공 상처받은 영혼 위로할래요"
"꿈만 같아요. 고등학교 졸업 후 28년 만에 대학에 입학하리라고는 생각도 못했어요."
10일 오후 3시. 수업을 마치고 나온 지은주(48·여)씨와 동생 영주(46), 홍주(38)씨 세 자매의 얼굴엔 들뜬 기색이 역력했다. 여느 대학생들처럼 교재와 필기도구를 챙기는 모습이 영락없는 대학 새내기였다.
세자매가 대구예술대학교 예술치료학과에 동시에 입학한 것은 지난 3일. 노숙자와 장애인을 돕는 자원봉사를 하는 첫째 은주씨가 상처받은 이들의 마음의 문을 열기 위해 상담과 치료법을 배우려고 하면서 세 자매의 동시 대학 입학이 성사됐다. 이미 독서지도사로 일하고 있던 홍주씨는 그무렵 음악, 미술, 문학 등 다양한 분야의 예술치료를 배우고 싶어했고, 둘째 영주씨 역시 문학치료만 배우던 것에 한계를 느끼던 차였다. 특히 7년째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은주씨의 기대는 남달랐다.
"노숙자들이 가진 마음의 상처를 치유해 주고 싶었어요. 그런데 방법을 몰라 많이 헤맸어요." 은주씨는 예술치료를 배워 노숙자와 장애인 등을 대상으로 상담을 할 생각이다. 경제적 지원으론 한계가 명확했기 때문이다. "노숙자들에게 생활할 방을 찾아주고 먹을 것을 주더라도 이들이 스스로 변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더군요. 상처받은 마음을 치유해 주고 싶었어요."
문학치료를 배우기 위해 대전까지 찾아가 공부했던 영주씨도 예술치료를 배워 자원봉사를 할 생각이다. 현재 바우처 사업을 통해 국비로 공부하고 있는 그녀는 졸업 후 다양한 방법을 이용해 어려운 이들의 벗이 되려고 한다.
사실 세자매가 대학 공부를 통해 봉사하려는 이유는 딴 데 있다. 바로 그들이 겪은 가난 때문이다. 누구보다도 가난한 이들의 아픔을 잘 알기에 그들의 고통을 들어주고 그 자리에 의욕을 채워주고자 하는 마음도 한몫했다. 이들 자매는 경제적인 여건 때문에 전문대를 졸업한 홍주씨 외엔 대학을 다닐 수 없었다. 그래서인지 세자매가 대학에 입학한 날 칠십 노모는 끝내 눈물을 흘렸다. "엄마가 눈물을 흘리셨어요. 아무 말 없이 그저 바라만 보시는데 가슴이 너무 아프더라고요." 세자매의 의지는 더욱 굳건해졌다.
장애와 경제적인 여건 때문에 마음의 상처가 가득한 이들을 어루만져주고 사회로 이끌어주는 것이 그들의 꿈이다. 세자매가 28년 만에 대학 입학을 고집한 것은 바로 이 때문이었다. "오랜만에 공부하는 것이라 쉽지 않네요. 그래도 예술치료로 상처받은 이들을 도울 수 있다고 생각하니 너무 기뻐요."
봉사를 위해 시작한 학업의 꿈은 새봄 새싹이 움트듯 그렇게 피어나고 있었다.
정현미기자 bor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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