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우수마발 공천

입력 2008-03-12 09:43:23

한나라당 공천이 서울 송파병을 싸고 跛行(파행)하고 있다. MB계(이계경 의원)와 강재섭계(나경원 의원)의 충돌이다. 더 엄밀히 보면 親李(친이·친 이명박 대통령)인 이재오계와 강재섭계의 격돌이다.

이 바람에 대구·경북, 부산·경남·울산, 서울 강남·송파·서초 등지 공천이 계속 미뤄지고 있다. 이른바 한나라당 간판만 달면 우수마발이라도 당선된다는 알짜 지역구다.

대구·경북만해도 공천은 이미 끝났고 발표만 남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발표가 9일에서 11일로, 또 12일로 연기됐다. 12일도 계파간 이견이 없는 일부 지역만 발표하고 나머지 논란이 되는 지역은 13일 발표할 것이라고 한다.

총선이 28일밖에 남지 않았는데도 발표가 되지 않으니 공천신청자들이 조바심이 날 터이다. 정치에 관심이 있는 유권자들도 자신을 대표할 '후보'를 모르니 갑갑하기는 마찬가지다.

지난 17대 총선 때는 이맘때쯤이면 여야 모두 지역구 공천은 물론 비례대표 공천까지 모두 끝내 예비후보들이 지역구를 누비느라 시장, 양로원 할 것 없이 북새통을 이뤘었다.

한나라당 공천이 늦어지는 이유는 하나다. 10년만에 그 좋다는 정권을 잡았으니 그 단맛을 보고 싶은 사람이 많은 탓이다. 달디 단 과실을 따먹기 위한 주도권 다툼은 계파 갈등 양상으로 표면화하고, 차기 당권과 대권을 腹心(복심)에 품고 있는 인사가 많으니 갈등 양상도 複雜多端(복잡다단) 하다.

그들만의 투쟁을 마냥 지켜보고만 있어야 하는 기자같은 대구·경북 출신의 로컬리스트(localist·지역주의자)는 無力感(무력감)과 劣敗感(열패감)에 시달린다. 그들의 싸움은 치열하지만 정작 15년 이상 긴 세월 동안 앓고 있는 대구·경북에 대한 치열한 고민이 보이지 않아서다.

친이명박 또는 친이상득, 친박근혜, 친강재섭, 친이재오란 잣대 속에 '웰빙 의원', '무능 의원'들도 공천된다는 소문이 들린다. 당선된 뒤 3년반 동안 지역구엔 가뭄에 콩 난 듯 얼굴을 보이다가 선거에 임박한 6개월만 바짝 지역구를 챙기는 흉내를 내 다시 당선되려 하는 일 안하는 의원이 '웰빙 의원' 이다. 전문성이나 熱情(열정)이 없어 일 못하는 의원이 '무능 의원' 이다. 야당이란 한계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불행하게도 그런 의원이 대구·경북에 많았던 게 사실이다.

제대로 된 공천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대구·경북의 '15년 앓이'가 계속될지도 모른다. '웰빙 의원', '무능 의원'은 지역을 위한 일에는 모르쇠라도 자기 잇속 챙기기에는 밝아 지역 발전에 되레 걸림돌이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게 누구 책임일까? 대구·경북이 최대 지지를 보냈고 포항이 고향이라지만 국정을 책임져야 하는 이명박 대통령은 적어도 아니다. 그러나 이상득 국회부의장, 박근혜 전 대표, 강재섭 대표 등 계파의 보스들에게는 책임이 있다. 경북 영양이 고향인 이재오 전 원내대표도 일말의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 그들은 이런 식이든 저런 식이든 공천에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에 그 결과에 대해서도 책임을 져야 한다.

그렇다면 잘 된 공천은 어떤 공천일까? 첫째가 지역에 대한 열정을 가진 사람을 공천하는 것이다. 경제 전문가, 행정 전문가라지만 지역에 대한 열정이 없는 의원도 있다.

그 다음이 조화다. 국회에는 정치만 있는 게 아니라 경제, 교육, 과학·기술, 정보·통신, 보건복지, 문화·관광, 농림·해양·수산, 환경·노동, 건설, 산업 등 많은 가치가 공존한다. 27명의 의원을 각 분야에 골고루 포진시켜 대구·경북을 발전시킬 수 있도록 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마음만 비우면 누가 필요한 사람이고, 누가 필요없는 사람인지 '김서방'도 알고 '박서방'도 안다.

選數(선수)의 조화도 무시할 수 없다. 부산은 3선 의원 4명중 2명이 공천 받는데 대구는 3명 모두 공천받지 못할 것이란 설이 파다하다. 선수로 국회의장, 부의장, 상임위원장 등을 선임하는 국회의 역학 구도를 감안하면 그것은 대구의 손해다.

오늘이라도 늦지 않았다. 대통령의 형인 이 부의장, 강 대표, 박 전 대표, 이 전 원내대표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 단체장, 상공회의소장, 대구경북연구원장 등 지역 리더들의 뜻도 들어봐야 한다. 그리고 최선의 결과를 내놓고 표를 달라고 해야 한다.

계파 싸움으로 우수마발을 공천해놓고 표를 달라고 하는 것은 대구·경북의 불행이자 대구·경북 유권자에 대한 모욕임을 계파 보스들은 절대 잊어서는 안 된다.

최재왕 서울정치부장 jw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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