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선생님은 2년 전 그러니까 2006년 3월1일자 신규 임용된 국어 교사다. 첫 부임지 구지중학교로 발령받아 스스로를 갈고 닦아 3년차로서는 확고한 교육관과 탁월한 지도 능력을 지닌 훌륭한 교사가 되었다.
올해 신규 임용 교사 204명을 모신 자리에서 선배 교사로서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해 달라고 했다. 단정한 복장으로 무대에 선 차 선생은 단 1분 만에 장내를 숙연하게 만들었다.
2년 전 발령 통지가 나고 친구들끼리 어느 학교, 어느 학교라고 말할 때 '구지중학교'라는 말을 하고 나면 아무도 자신 앞에서는 불평을 토로하지 않았다는 이야기. 1시간 이상 시외 버스를 타고 가서도 교문을 못 찾아 동네를 헤맸다는 이야기. 가는 동안 시골의 겨울 풍경이 주던 삭막함에 대한 이야기 때문인 듯했다.
그런데 그것만이 아니었다. 수업 중 아무렇지도 않게 교실 밖으로 나가는 학생들 이야기. 학년별 1학급씩밖에 없는 소규모 학교여서 부임하자마자 3개 학년 국어 과목은 물론 고등학교 한문까지 4과목을 가르쳐야 했던 이야기. 밤새 교재 연구를 해도 한 시간만 가르치면 다시 교재 연구를 해야 했던 이야기. 시험 때마다 4개 과목 100문항 이상 출제해야 했던 이야기 때문인 듯했다.
그런데 그것만도 아니었다. 전출하시는 선생님께서 '최악의 거리, 최악의 환경이 우리를 더욱 성숙한 교사로 만들었다'고 하셨다는 이야기. 선생님들끼리 진정으로 학생들에게 다가갈 방안을 논의했던 이야기. 서툴게라도 선생님들께 마음을 열고 다가오는 아이들의 이야기 때문인 듯했다.
그런데 또 그것만도 아니었다. 손에 말아 쥔 원고를 한 번도 펴 보지 않은 채 스스로에게 다짐하고픈 이야기라고 털어놓은 이야기. 학생들은 아직 어리고 미성숙한 상태임을 늘 인식하고 학생들의 작은 태도에 쉽게 상처 받지 않도록 '정신적인 맷집을 길러라'는 이야기. 교사가 학생들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은 '즐겁고 재미있는 수업'이라는 이야기. '교육이란 학생들마다 지니고 있는 각각의 빛깔을 찾아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이야기 때문인 듯했다.
그런데, 진짜 그것만도 아니었다. '선생님들 행복하셔야 합니다.' 그날 차 선생이 스스로에게 다짐하는 말이면서 꼭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라며 한 그 한 마디. '선생님들이 행복하셔야 우리 학생들이 행복을 느낍니다. 우리 학생들은 선생님들의 모습을 너무나 잘 알아차립니다. 약간만 우울해 하셔도 금방 눈치 채고 우울해 합니다.'
언젠가 내가 인성 교육 자료집을 만들면서 붙였던 '밝게 보는 세상은 아름답다'는 제목이 생각났다. 정말 그렇다. 교사도 생활인이기 때문에 희로애락의 감정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그렇더라도, 학교에서 학생들을 대할 때만큼은 밝고 환한 아름다운 세계로 안내하면 좋겠다. 모든 학생들이 행복해지는 날까지.
우리 선생님들도 모두 환하게 웃으며 사는 2008학년도가 되면 좋겠다.
박정곤(대구시교육청 장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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