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대구·경북 공천 발표 왜 질질 끄나

입력 2008-03-10 10:23:26

개혁 명분 표적공천 시기 저울질

한나라당이 대구경북 공천자 발표를 계속 연기하고 있다. 지역 정가는 계파 공천을 둘러싼 이전투구가 공천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왜 한나라당의 대구경북 공천이 투명·공정보다는 밀실에서의 이전투구 일색이라는 당 안팎의 비난을 받을까?

◆파행 공천=한나라당은 당초 10일 이전에 지역구 공천을 완료한다는 방침이었다. 곧바로 비례대표 심사에 들어가 본격적인 총선 체제에 돌입한다는 계획 때문.

이에 따라 한나라당 공천심사위는 당초 지난 8일 영남권 전체의 공천 심사를 끝낸다고 밝혔다. 하지만 공심위는 심사의 신중을 기한다는 명분으로 9일 대구경북, 10일 부산경남울산 공천 심사를 한다고 연기 방침을 밝히더니, 11일 또다시 영남권 전체 심사를 연기하는 등 공천을 파행으로 몰고 있다. 임해규 공심위원은 9일 "11일 늦게까지 심사를 하면 다 끝낼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어떻게 될지 확실치 않다"고 밝혀 또다시 연기될 가능성이 없잖다. 이 때문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번 주말에나 한나라당 공천이 완료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계파 공천=지역 정가는 공천이 계속 연기되는 이유에 대해 이번 총선 공천 과정에서 철저히 지역민심은 무시되고 계파 간 갈라먹기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대구경북은 경선 과정부터 친이 대 친박 간의 팽팽한 대결 구도를 보여왔다. 여기에다 강재섭 대표가 지역의 대표성을 주장하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고, 특히 지역 연고도 없는 이재오 전 최고위원과 정두언 의원까지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하며 대구경북 공천에 입김을 행사, 계파 갈라먹기 양상은 극에 달했다. 그 결과 지역 사정에 밝으면서 능력 있고 참신한 인물들은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고, 그 사이 대구경북은 한나라당의 계파 간 사람심기의 장으로 변질돼 가는 실정이다.

실제 당 공천 1차 면접에서 3, 4배수로 압축될 때부터 지역과는 아무런 연고가 없는 인사가 배수에 포함된 반면 오랫동안 지역에서 기반을 닦아왔지만 중앙 정치권과 인연이 없는 인사들은 줄줄이 고배를 마셨다. 지역의 한 초선 의원은 "공심위원들이 어떤 기준으로 후보를 압축하는지 모르겠다"며 "지역의 민심이 바라는 인물들은 대거 탈락된 반면 지역 사정도 모르는 인사들이 배수에 포함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한나라당이 11일 대구경북 공천 심사를 앞두고도 지역 연고가 없는 인물들이 공천이 유력하다는 얘기기 여전히 나오고 있다. 대구경북 몇몇 지역은 갑자기 나타난 예비후보들이 '○○○ 의원이 도와주고 있다' '○○○ 의원과 친분이 있다'는 식으로 공천이 앞서있다는 얘기가 파다하다는 것. 한 공심위원은 "지역 사정은 모르지만 실세와 친분이 있다는 인사가 현재의 중진 의원보다 유리한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구태 공천=지역 한나라당은 지역 민심을 얻은, 능력 있고 참신한 인물이 대구경북 총선 '주자'로 나서는 것이 대구경북을 위해서 바람직하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대구경북 한나라당 당원들의 의사도 아닌, 일부 당내 실력자들이 '개혁 공천'을 명분으로 대구경북을 공천 희생양으로 삼는다며 분개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서울과 수도권의 경우 현역 의원들의 물갈이 폭을 최소화하면서 이명박 대통령 측근 등 친이들에게 대거 공천장을 쥐여준 것으로 정치권은 분석하고 있다. 하지만 대구경북의 경우 '개혁 공천' 미명하에 현역들을 대거 물갈이 대상에 올려놓고, 극적 효과를 계산하며 발표 시기만 저울질하는 양상이다. 한 공심위원은 "대구경북을 포함해 영남권 공천은 공천 잣대보다는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추고 감동을 줄 수 있는 공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털어놨다.

이 때문에 대구경북은 포장은 '개혁 공천'이지만 실제로는 감동 공천이라는 허울 아래 지역에 대해 아무런 고민도 없는 인물들이 공천되는 '구태 공천'이 벌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종규기자 jongku@msnet.co.kr 이창환기자 lc15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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