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깨어난 사고(思考)로 변화를!

입력 2008-03-10 07:52:46

경북동부경영자협의회 부원장 노원조

며칠 전 (사)바른경제 동우회와 경실련에서 합동으로 국가예산 낭비 방지를 어떻게 하면 될 것인가를 두고 관련교수, 경제인, 정치인들이 몇 시간 토론을 한 일이 있다.

여러 가지 토론 중에서 머리 속에 각인된 얘기는 국회의원들이 국가예산부문에 제대로 검증을 하지않는다는 불만이었다. 미국은 240일을, 일본에서 120일, 그런데 한국은 60일간의 짧은 기간인데다 그나마 정쟁으로 예산심의를 거부하고 지역구 관리와 대내외의 행사로 시간을 보내고 예산심의 법정기일 마지막에 가서야 국민이 보는 눈이 있어 체면상 행정부 예산의 몇%를 깎고 통과되기가 일쑤다. 국회의원들은 각 지역주민들을 대표해 국회에서 나라살림을 챙기고, 국민생활의 불편,부당한 것을 막기 위해 입법권을 주었다. 법령의 발의나 수정 또는 국민의 생활이나 기업경영에 폐해가 심한 법령은 폐지하는 활동, 이 두가지를 유권자들이 그들에게 부여한 것이 아닌가? 어느 것 하나 선진국과의 비교조사나 연구 활동을 하지 않는 것이 몇몇 의원을 제외한 대부분 선량들이 하는 행태다.

국가예산의 낭비는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 지역구 숙원 사업에만 열을 올리다 보니, 국민생산성으로 인한 성장률은 4~5%인데, 국가 예산은 10~20%씩 상승으로 세금납부에 허리가 휘고 영세기업 경영자는 세무조사 불안에 떨지 않을 수 없다. 실례로 예천공항은 준공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폐쇄할 판에, 울진공항은 새로 건설한다고 부지매입과 땅 정지작업으로 세금만 쏟아붓고는 방치된 상황이다.

이런 예산의 낭비는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해방 이후 변화되지 않는 모습이 국회의 모습이다. 국회 14대, 15대 대표적인 행적을 살펴보면 14대 1차연도는 선거법, 2차연도에는 정당법 재개정을 두고 정당 간에 이해가 엇갈려 2년을 보냈고, 3차연도에는 대구동화사대불 공사비리 혐의에 대한 국정조사를 두고 여·야간에 힘겨루기를 하는 중에 대구지하철 가스폭발사고가 발생, 이것도 국정조사문제로 4년 임기가 끝났다. 다시 15대에도 국가를 위해, 지역을 위해 이 한몸 바치겠다는 분들이 기아, 한보 청문회로 1년, 총리임명비준비동의안, 북풍사건 제조사로 1년, 모피코트 청문회와 동료의원 구출작전의 방탄 국회로, 또다시 4년의 세월을 보내면서 선거운동 때 표를 달라고 목이터져라 애국하겠다는 얘기는 전부 헛소리인가? 이런저런 국가의 고위직책에서 교육계, 경영계에서 신망과 덕망을 받고 살아오신 분들이 어쩌다 정치판에만 휩쓸리면 사람이 변한다고들 한다. 이는 금배지에 현혹되어 자기의 살아온 인생철학, 국가관 및 언행이 전과 후가 달라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미국 북부 메사추세츠주의 다니엘 웹스트 의원은 지역구 주민이 노예제도 폐지를 요구했지만, 그는 미국이 남·북으로 갈라지는 것을 막기 위해 노예제도를 찬성했으며, 남부 미주리주의 토머스 벤튼 의원은 주민들이 오예제도 찬성을 했지만 자기는 인간의 존엄한 인권을 짓밟는 노예 제도는 폐지되어야 한다고 자기 소신에 따라 행동하다가 더 이상 지역주민의 대표를 포기한 당당한 의원들도 우리 국회도 이렇게 운영됐으면 하는 바람은 한낱 봄날의 꿈에 지나지 않을까.

곰곰이 따져보면 오늘날 선량들의 문제는 지역주민들이 국회의원 상(像)을 바르게 정립하지 못한 원인이 더 클 수도 있다. 그들이 국가의 중대사를 위해 일하기보다는 각종의 행사에 얼굴 내밀기를 잘하는 사람을 선호하는 것이야말로 그들이 오늘이 있게 한 유권자의 중대한 잘못이다.

일년 내내 지역구에 한번 내려오지 못하더라도 지역과 국가를 위해 연구하고 토론하고 또는 자료조사를 위해 국회도서관에서 밤을 새우는 의원이 있다면 또다시 그에게 표를 줄 수 있는 깨어난 민중이 그들을 변화시킬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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