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 지역 대민봉사 활동 적극 나서

입력 2008-03-08 08:39:39

"한국인과 마음 나누는 좋은 이웃 되고 싶어요"

▲ 한미연합훈련을 위해 한국을 방문중인 하와이 주둔 미군들이 좋은 이웃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7일 달서구 대성사에서 노인들에게 음식을 직접 갖다 주며 무료급식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 한미연합훈련을 위해 한국을 방문중인 하와이 주둔 미군들이 좋은 이웃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7일 달서구 대성사에서 노인들에게 음식을 직접 갖다 주며 무료급식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한국인들과 마음을 나누고 싶습니다."

7일 오전 11시 30분 금요무료급식행사가 열린 대성사(달서구 성당동) 급식실. 아주머니들의 한바탕 웃음이 터져나왔다. 앞치마를 두르고 노란 고무장갑까지 낀 덩치 큰 미군 장병들이 이날의 메뉴인 자장면 면을 세게 헹궈내는 모습을 보고 '저러다 다 짓이기는 거 아니냐'며 폭소를 터뜨린 것. 면발을 씻던 켄 딜런(Ken Dillon·42)씨는 "자장면(Black Noodle)은 처음 봤는데 한국 음식은 정말 흥미롭다"고 말했다.

밖에서는 500개의 좌석을 꽉 메운 노인들 사이로 미군들이 분주하게 식판을 나르고 있었다. 미리 예절교육까지 받은듯 가벼운 목례와 함께 두 손으로 공손하게 자장면 접시를 놓았다. 연방 '맛있게 드세요'라는 말로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베리사 헤레사(Verissa Heressa·19)씨는 "한 마디라도 건네고 싶어서 열심히 연습했다"며 "말은 알아들을 수 없지만 눈빛으로 마음을 알 수 있었다"고 했다.

이날 무료급식 자원봉사에 참가한 15명의 미군들은 키리졸브·독수리 훈련차 대구를 찾았던 하와이 제322 태평양지구 소속 장병. 권 해롤드(Harold·46·한국계) 중령은 "우리는 전쟁이나 재난 시 시민 구호와 피난 등의 업무를 책임지는 부대인 만큼 훈련 못지않게 시민들과 마음을 나누는 시간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AFN(미군 방송 네트워크)도 이날 행사를 꼼꼼히 취재, 큰 관심을 나타냈다.

주한미군이 한국민들과의 관계를 개선하고 친근한 이미지를 만들어내기 위한 대민사업에 활발히 나서고 있다. 2003년 시작한 '좋은 이웃(Good Neighbor)' 프로그램의 활동 범위가 갈수록 넓어지고 있는 것. 이날 활동도 매월 한차례씩 꾸준히 진행해온 급식봉사 프로그램의 하나다.

가장 호응이 높은 프로그램은 영어캠프. 지난해 시작한 '글로벌 앞산캠프'는 참가 인원을 지난해 200명에서 올해 250명으로 늘려 잡았다. 다음달부터 내년 2월까지 12개 중·고교 학생이 매월 25명씩 캠프헨리·캠프워커·캠프조지 부대를 방문해 AFN과 사병식당, 커미서리(식료품 판매소) 등을 견학하고 미군과 함께 영어를 공부하는 기회를 갖는다.

주한 미군 목사로 있는 아론 제임스 시니(31)씨가 초·중학생을 대상으로 영어회화를 가르치는 '슬기샘 청소년 공부방'도 인기다. 학부모까지 아이들의 손을 잡고 와 함께 영어를 배울 정도. 지난해 대명 10동에서만 실시했던 것을 올해는 봉덕 2동에도 추가로 열었다.

미군 측은 그 외에도 조손가정 어린이 후원과 울진 영어캠프, 지역 대학생 인턴프로그램 등도 진행 중이다.

김상윤 미군 공보담당관은 "좋은 이웃 프로그램은 반미감정 확산을 우려해 시작했던 프로그램이지만 지금은 한미 양국이 관심과 애정을 나누며 서로를 이해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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