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는 "오페라는 여자들의 이야기다"라는 말을 했다. 여자의 이야기라는 것도 여자가 사랑을 하는 스토리이며, 여자는 사랑에 실패하고 죽는 것으로 끝난다고 말한 바 있다. 정말 프리마 돈나들은 다 죽는 것일까? 물론 예외란 있는 것이니 전부 죽는 것은 아니라고 할지라도, 많은 오페라에서 주인공의 죽음으로 끝맺는다는 사실은 기억할 필요가 있다.
오페라란 원래 비극(悲劇)이다. 비가극(悲歌劇)은 정가극(正歌劇)이라고도 하며 '오페라 세리아(opera seria)'라고 부르는데, 굳이 비가극이라고 하지 않아도 오페라란 단어 안에는 이미 비극이라는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반면 희가극(喜歌劇)일 경우에는 특별히 '오페라 부파(opera buffa)'라고 부르는데, 이 경우는 모두 해피엔드다.
어찌되었건 오페라는 비극이라는 말이다. 그리고 그 비극의 결말은 예로부터 죽음이었으니, 그리스 비극의 시대부터 다르지 않다. 특히 나보다도 더 훌륭한 인물들, 즉 신(神)이나 영웅이나 성녀나 미녀들이 죽는 이야기는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으며, 이 결말에 감동을 받았던 것이다. "비극이야말로 인간의 심성(心性)을 정화(淨化)시킨다"는 말은 비극의 기능을 갈파했던 아리스토텔레스가 이미 2천300년 전에 했던 말이다.
즉 오페라는 우리보다 더 훌륭하고 더 능력있고 더 예쁘고 더 순수한 사람들, 특히 그런 여성들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처절하게 죽음을 맞이한다는 이야기다. 즉 오페라는 죽음의 미학(美學)이다. 그런 점에서 오페라는 프리마 돈나들을 죽이기 위한 이야기, 그녀들이 죽을 수밖에 없는 운명을 그려가는 드라마인 것이다.
그래서 많은 오페라에서 여주인공들은 죽는다. 무대 위에서 그녀들이 극적인 죽음을 맞이할 때 죽는 방법 또한 다양하고 극적이다. 그 중에서도 그녀들 스스로 죽음을 택하는 경우가 가장 많다. 즉 많은 프리마 돈나들이 안타깝게도 자살을 택한다.
'라 조콘다' '나비부인' '투란도트'류 등이 자신의 가슴에 스스로 칼을 꽂아 운명을 결정지으며, '리골레토'의 질다도 살인자의 칼에 몸을 던진다. 약으로 목숨을 끊는 경우도 많다. '루이자 밀러' '일 트로바토레' '페도라' '수녀 안젤리카' '아프리카의 여자'의 주인공들은 독약을 마신다. '토스카' '라 왈리' '사포'에서는 절벽에서 몸을 날리며, '노르마'는 불 속에 뛰어든다. '아이다' '안드레아 세니에' '폴리우토'에서는 사형을 당하는 연인과 함께 죽음의 길을 따르기도 한다. 다른 이의 칼에 맞아 인생을 마감하는 여인들로는 '운명의 힘' '오텔로' '군도(群盜)' '팔리아치'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 '외투' '카르멘' 등이며, '안나 볼레나'와 '마리아 스투아르다'에서는 단두형(斷頭刑)을 당한다. 또한 미쳐서 죽는 여인은 '람메르무어의 루치아' '루크레지아 보르자' '햄릿' 등이다. '라 트라비아타'와 '라 보엠'은 결핵으로 죽는데, 이처럼 병으로 죽는 경우는 오페라에서는 도리어 예외적인 경우이다.
박종호(오페라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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