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문의 펀펀야구] 아픔 딛고 다시 일어선 조진호

입력 2008-03-07 09:13:02

누구나 인생사에서 천국과 지옥은 종이 한 장 차이라는 사실을 경험할 때가 있다. 문득 창을 열고 세상을 보면 분주하게 돌아가는 창 밖의 일상은 변함이 없는데 유독 자신만 떨어져 나간 것 같은 현실이 서러워 더러는 우울증이나 대인기피증에 사로 잡히기도 한다.

그라운드에 서있던 어제와 달리 차디찬 감방에 앉아있는 자신을 발견했을 때 절망감은 어떠했을까? 한때 메이저리그의 기대주로 촉망받았던 조진호에게 별다른 성과 없이 국내에 복귀한 것은 첫 고비였고 2004년의 가을은 두번째 겪는 시련이었다. 국내 복귀 후 마음만 앞선 탓에 무리하게 등판, 2004년엔 팔을 들기 힘들 정도로 몸 상태가 나빠졌다.

방출. 그리고 병역 비리로 인한 수감. 좁은 공간에서 돌아본 자신은 모든 것이 엉망이 되어 있었다. 답답함으로 굳은 마음에 음식조차 넘어가지 않았고 멍한 상태로 보내기를 일주일이 흘렀다. 지나온 시간이 파노라마처럼 흐르고 능력과 기대에 비해 제대로 이룬 것이 없다는 사실이 너무나 후회스러웠다.

"다시 야구를 할 수 있다면 이 세상의 무엇과도 바꾸지 않겠다." 간절한 소망이 일자 불현듯 솟구치는 오기가 있었다. 오점만 남기고 소리없이 사라지고 싶지는 않았다. 그리고 급하게 흔적을 남기려 했던 지난 6년의 잘못을 바로 잡고 싶었다. 처음부터 하나씩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이 생기자 조금씩 마음이 안정되었다.

하루에 한번 운동장에 나오는 1시간을 쪼개 30분은 달리기, 30분은 스트레칭에 전념했다. 팔꿉혀펴기도 매일 매일 신기록을 경신해 나갔다. 8개월이 지나 출소한 그의 모습은 10kg나 빠지면서 날씬하게(?) 변모해 있었다. 인천에서 공익근무를 하면서 팔꿈치 인대 접합수술을 받은 뒤 재활훈련에 매달렸다. 혼자 하는 훈련이라 체계적이지 못했지만 멈추지 않았다.

그러나 SK 시절 함께 선수 생활을 했던 김태한(현 삼성 투수코치)의 '쉬지 말고 몸을 만들어두라'는 당부가 큰 힘이 됐다. 기회가 올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자 더 열심히 하게 됐던 것이다. 결국 공익근무를 끝내고 삼성 2군에 합류했다. 몸 상태가 정상이 아니었지만 삼성 코칭스태프는 그의 정신력을 높이 샀다.

시험 등판 후 5천만원에 계약을 맺었다. 그에게는 돈의 액수가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새로운 도전의 문 앞에 설 수 있게 된 것만으로도 감사했을 뿐이다. 추락 후 어두운 밑바닥에서 새삼 깨달은 야구에 대한 열정을 보여줄 기회를 잡은 것이 꿈만 같았을 뿐이다.

조진호는 한순간의 화려한 명성을 접고 실패한 이력의 점철을 되새기며 인생의 반성문을 쓰고 있다. 우리들 인생에서 누군들 장밋빛 미래를 장담할 수 있을까? 다만 슬기롭게 시련을 이겨내며 강하게 살아가려고 노력할 뿐이다. 은퇴 후 사회인 야구를 하더라도 포수에게 공이 가는 한 영원한 투수로 남고 싶다는 조진호의 야구 열정처럼 말이다.

최종문 대구방송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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