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가 느낀 '세월의 무게' 글로 나오다
"몇년 전 친정나들이에서 아버지의 일기장을 발견했어요. 10여년을 써내려 간 일기에서 '참으로 열심히 사셨구나' 하는 생각에 눈물이 핑 돌았어요. 이후 그동안 삶의 흔적을 찾듯 끄적거렸던 글들을 정리하게 됐죠."
일상 생활속에서 잔잔하게 가슴 저미게 했던 느낌들을 차분한 글로 풀어내 첫번째 수필집을 펴낸 주부 정경해(46·상주시 냉림동·사진)씨.
서로 다른 느낌과 일상을 살다 만나 결혼해 조금씩 닮아가는 자신과 남편의 모습, 수녀가 된 오래된 친구에게 품은 애틋함, 세월의 무게와 시간의 소중함을 느끼게 했던 삶의 흔적들을 오롯히 담아 '같은 빛깔로 물들어 간다는 것은'(월간 순수문학)이란 수필집을 펴냈다.
230쪽 분량의 수필집에는 베란다에 앉아 자연의 아름다움에 흠뻑 젖어 들었던 '앞 베란다에서', 가족들과 이웃들의 따스함이 베어있는 '같은 빛깔로 물들어 간다는 것은', 딸과 며느리·아내와 엄마로 살면서 사랑과 행복함을 느낄 수 있는 '사랑받는 그녀', 하지만 이 모든게 흐르는 세월앞에 하염없이 작아지는 듯한 느낌을 통해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는 '세월의 흐름' 등 4부로 구성됐으며 61편의 글들이 수록됐다.
정씨가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1년부터다. 그동안 혼자서 일기를 써듯 끄적 거리다 지역 문학단체인 '숲 문학회'를 만나면서 작가의 길로 접어들게 됐다. 이 때부터 정씨는 여행을 가다가도, 집에서 음식을 만들다가도 문득 떠오르는 감동과 느낌들을 글로 옮겨 냈다.
"제 글은 대부분 생활 수필이에요. 아직은 문학적 가치를 평가 받기가 부끄러울 정도예요. 수필집을 펴 낸 이유도 이를 계기로 가슴속에서 감동이 전해지는 좀더 깊이있는 글을 쓸 수 있을 것이란 기대 때문이죠."
2006년 월간 순수문학을 통해 수필작가로 등단한 정씨는 그동안 자신의 글이 언제나 부족하다는 것을 느껴왔다. 하지만 정씨 글에 대해 주변에서는 재치있는 표현과 생활의 진실을 구체적이면서도 설득력 있게 써내려 갔다는 평가를 내렸다. 이 책 속에는 세상을 밝고 긍정적으로 보면서 그 가운데 사랑과 진실을 찾아가는 주부 정씨의 지혜가 스며 있기 때문이다.
상주·엄재진기자 2000ji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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