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개월 거세우 "마블링만 봐도 군침이 돈다"
2007년 한해 전국에서 도축된 소는 68만1천695마리. 이 가운데 이른바 '환상의 소고기'로 일컬어지는 육질등급 '1++'를 받은 소는 3만7천400마리에 불과하다. 나오는 비율이 5.5%에 불과한 셈. 100마리를 도축했을 때 1++ 등급을 받은 소가 5마리를 조금 넘은 것이다. 특히 1++ 등급을 받은 소 가운데 한우가 차지하는 비율은 거의 '절대적'이다. 등급 1++를 받은 3만7천400마리 가운데 한우는 3만7천41마리로 그 비율이 100%에 육박했다. 젖소 중에서는 1++ 등급의 소가 고작 9마리에 불과했고, 육우는 350마리에 그쳤다. 자연스럽게 1++ 등급하면 '한우'를 떠올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한우의 메카', 경북!
하루 소 100여마리를 도축하는 군위군 군위읍 동아LPC. 1++ 등급 한우를 만나기 위해 지난 달 28일 이곳을 찾았다. 소의 육질등급은 소를 도축했을 때 판가름 난다. 등급판정사가 도축된 소의 근내지방도, 육색, 지방색, 조직감, 성숙도 등을 보고 등급을 매긴다. 특히 등심의 단면에 나타난 근내지방도가 등급 판정에 매우 중요한 요소다.
직원 안내를 받아 방금 도축이 끝나 1++ 등급을 받은 한우의 등심 단면을 직접 구경했다. 선홍색 살코기 속에 우유빛 지방이 곱게 박혀 있다. 대리석과 같다고 해서 마블링이라 하기도 하고, 서리가 내린(상강'霜降) 것 같다고도 표현하는 살코기와 지방이 어우러진 모습이 마치 사람이 그려놓은 것처럼 아름답다.
고기를 얻기 위해 키운 한우를 도축하는 것은 생후 30개월 무렵일 때다. 1++등급의 한우가 '생산'되는 데는 2년6개월이란 기간이 걸리는 것. 그만큼 공을 들여야 한다. 도축될 때 몸무게는 650~800kg이며 1t에 육박하는 한우도 있다. 재미있는 것은 숫소 거세우에서 1++ 등급이 암소보다 많이 나온다는 사실. 생후 10개월 무렵 숫소를 '성전환'하면 성질도 온순해지고, 육질도 좋아진다는 얘기다.
작년 말 기준 전국의 한우는 모두 203만4천여마리. 그 가운데 49만1천여마리를 경북이 차지, 전국 시'도 중 비율이 가장 높다. 특히 안동'영주'봉화 등 경북 북부지역에서 한우를 집중적으로 많이 키우고 있다. 경북을 '대한민국 한우의 메카'로 손꼽기에 부족함이 없다는 말이 실감나는 대목이다.
◇전지현이 마시는 것을 한우도 먹는다
1981년 한우 7마리로 시작, 현재 2천여마리를 키우고 있는 권혁수(51) 민속한우 대표. 안동 서후면 이계리에서 농장을 경영하는 권 대표는 1++ 등급의 한우를 탄생시키는 3가지 요소로 혈통'사료'사양기술을 꼽는다. "좋은 혈통을 지닌 6개월된 한우 송아지를 확보하는 것이 1++ 등급 한우를 탄생시키는 첫 단추이지요. 번식기술이 뛰어난 경남에서 경매를 통해 우수한 한우 송아지를 데려옵니다." 그 다음으로는 소가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잘 자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한우하고 사람하고 똑같다고 보면 돼요. 호텔에서 자는 것과 여인숙에서 자는 것과 차이가 나는 것처럼 좋은 환경을 만들어줘야 합니다." 경북 북부에서 한우 사육을 많이 하는 데엔 맑은 공기, 좋은 물 등
주변 환경이 커다란 기여를 한다는 것이 권 대표의 분석이다.
계열농가 등을 합치면 한우 사육 두수가 8천여마리에 이르는 민속한우는 1994년부터 LG리테일에 전량 납품할 정도로 우수한 한우 생산으로 인정받고 있다. 이 같은 성공에는 한우가 먹는 사료에 그 비결이 있다. 소를 출하하기 6개월 전부터는 사람도 먹기가 힘들다는 보리를 먹여 소의 육질을 높인다. 또 평소에는 주스를 만들고 남은 사과찌꺼기와 두부를 만들 때 나오는 비지, 그리고 배우 전지현이 CF 모델로 등장하는 17차의 찌꺼기를 배합한 TMR(섬유질배합사료)을 소에게 먹인다. 사람에게도 좋은'웰빙 음식'을 소에게 먹이니 육질이 좋아질 수밖에 없다는 게 권 대표의 귀띔이다.
FTA로 인한 미국 소고기 수입, 사료값 상승 등의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 민속한우는 소의 사육일수를 5개월 정도 단축하는 데 힘을 모으고 있다. 차를 만들고 남은 옥수수를 소에게 먹이는 등 사육기술을 개발, 사육일수를 줄이겠다는 것.
권 대표는 "좋은 소고기를 생산하면 눈밝은 소비자들이 찾게 마련"이라며 "사육농가는 품질이 좋은 한우 소고기를 공급하고, 소비자들은 우리 소인 한우를 사랑해 주시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주인의 발자국 소리를 듣고 소가 무럭무럭 큰다는 이야기가 있지요. 1++ 등급의 한우를 만들어 내는 데엔 소를 키우는 사람의 정성과 노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대현기자 sky@msnet.co.kr
사진 정재호편집위원 new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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