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분위기'정원 모두 '예술'
지금도 한 구석에 자리를 잡고 앉아 따뜻한 커피를 앞에 두고 무언가를 읽거나 쓰는 사람, 가족들끼리 기념 모임을 하는 사람들, 달콤한 사랑을 나누는 연인들, 진지하게 토론을 하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카페가 우리들 삶에서 결코 없어서는 안 될 공간임을 새삼 느끼게 된다.
사장을 미리 만나기로 약속하고 지난 1일 오후 찾아간 아트리움(수성구 범어2동 143의 19, 754-3111, www.atriumkorea.co.kr)은 3시가 다됐는데도 손님들로 북적거렸다. 김동환(56) 사장이 반갑게 맞아주었지만 괜히 장사에 방해 되지 않을까 싶어 "미안하다"는 말을 몇 번이고 건넸다. "평소 토요일은 그래도 조용한 편인데 휴일(3.1절) 토요일인 줄 모르고 약속을 했다"는 김사장에게 병아리 기자 시절, 할부로 구입한 승용차의 라디오를 통해 들은 '전용 주차장은 없지만 마음의 주차는 여유로운 곳'이라는 광고 카피를 기억하느냐고 묻자 "정말 고맙다"면서 에스프레소(증기로 뽑아낸) 커피를 한 잔 가져왔다. 아트리움이 대구 중구 삼덕동(1989년 6월 개업)에서 이곳으로 옮겨 영업을 시작한 때는 1997년 10월, 올해로 11년째 된다.
세월 만큼이나 맛과 서비스가 두터워진 때문인지 "대구에서 양식을 제대로 하는 곳은 어딜까?"라고 물으면 대다수는 아트리움을 빼놓지 않는다. 그만큼 맛과 분위기로 널리 알려졌다는 얘기다.
대구MBC 오른쪽으로 범어체육공원을 끼고 1km쯤 올라가면 왼쪽에 위치한 유럽풍의 2층집이 바로 아트리움. 급경사인 지형으로 인해 1층은 사원 숙소로 쓰고 2층은 홀, 3층은 단체손님을 받는 룸으로 꾸몄다. 출입구가 앞쪽 같지만 들어가서 자리를 잡고 앉아보면 뒤쪽이 오히려 전면 같기도 하다. 남부정류장 쪽이 한 눈에 들어올 정도로 전망이 일품이다. 앞쪽으론 체육공원이라 영원히 똑 같은 경관을 유지할 것이다.
1979년 도심 대구백화점 옆에서'무아'라는 음악감상실을 운영한 김 사장은 그야말로 대구 양식당의 산 증인이자 카페 시설과 문화의 수준을 선도해온 주인공이기도 하다."이곳으로 옮겨 올 때 많은 사람들이 반대했지만 식사하는 시간이 2시간 이상이라고 보면 주변의 자연환경을 고려치 않고는 성공하지 못한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당시엔 변두리였던 이곳을 선택, 처음엔 장소를 알리는 데 무척 애를 많이 먹었습니다." 1층에 테이블 17개, 2층엔 룸 3개를 둔 이곳은 마루 바닥에다 흰색 칠을 한 원목 천정, 길다랗게 늘어뜨린 흰색 어닝, 한 쪽 벽면의 돌장식 등 친자연적인 인테리어와 소품들로 인해 자주 오는 손님들도 싫증내지 않는 것 같다.
음식은 한마디로 프랑스식도 이태리식도 아닌 한국사람, 특히 대구사람 입맛에 가장 잘 맞는 양식이라고 하면 맞는 표현이다. 솔직히 외국에 많이 나가보지 못했다는 김 사장은 "정확히 말하자면 이태리'프랑스 퓨전인 한국스타일의 양식이다. 일본의 경우도 퓨전으로 자기들에게 가장 잘 맛는 것이 그들의 성공한 양식"이라고 말했다. 김 사장은 트렌드에 맞는 메뉴 개발을 위해 틈만나면 이곳에서만 7년째 일하고 있는 주방장과 머리를 맞댄다고.
10년 전 50대에 찾았던 사람이 며느리와 손자손녀를 데리고 함께 올 정도로 대구의 명소가 돼 버린 것에 대해 스스로 자랑스럽다고 말하는 김 사장."이곳에는 사람들이 좋은 일로만 오기 때문에 참으로 기분 좋은 곳"이라며"늘 가슴에'대표'라는 명찰을 달고 상점에 머무는 것도 좋은 일을 두고 서로 기쁨을 나누는 현장을 목격하고, 또 공감하기 위해서"라고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음악이 좋아서 레스토랑을 시작했다는 김 사장은 삼덕동 아트리움 때 녹음해 뒀던 70~80년대 팝을 지금도 손님들에게 틀어주고 있다. 그 음악에 끌린 때문인지 40~50대가 주 고객이다. 이곳에서 가장 자신 있게 추천하는 메뉴는 역시 안심스테이크. 올리브유에 적당한 크기로 썰은 안심과 신선한 해산물'야채류 등을 익혀서 바게트와 함께 치즈에 찍어 먹는 안심해물 퐁듀(FONDUE, 3만8천원)도 야심작이다. 점심메뉴로 스테이크'생선구이 등 13가지는 1만7천~3만5천원, 파스타(7종류)는 1만2천~1만5천원이다.
그동안 수많은 국'내외 인사들이 다녀간 아트리움. 김 사장 말대로 독특한 캐릭터로 앞으로 100년 더 가는 대구의 붙박이 카페로 자리매김하길 기대해 본다. 이날은 김범일 대구시장도 지인들과 함께 다녀갔다 "서울을 제외하고는 대구의 양식 수준이 가장 높고 맛도 있다"는 김 사장의 말에 자부심을 느끼면서 아트리움에서 나왔다.
황재성기자 jsgold@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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