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보호사 자격증 '너도나도'

입력 2008-03-06 09:05:05

5년째 저소득층 노인들을 대상으로 복지관에서 간병봉사를 하고 있는 이모(45·여)씨는 요즘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따야 할지, 말아야 할지를 놓고 심각하게 고민 중이다. 앞으로 노인장기요양보험 제도가 시행되면 요양보호사 자격증으로 취업할 수 있는 길이 열리기 때문. 이씨는 그러나 "요양교육기관에서는 50만원을 내고 6주만 수강하면 자격증이 주어지고 취업도 확실하다는데, 너도 나도 요양보호사 지원을 하다 보니 '장롱 면허증'이 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오는 7월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 시행을 앞두고 노인들의 의료 또는 가사 활동을 지원하는 요양보호사가 유망직종으로 떠오른 가운데 관련 교육기관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 벌써부터 과열 양상을 빚고 있다.

요양보험제도가 시행되면 병원, 재가노인복지시설, 노인요양보호시설 등에서는 전문적인 간병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요양보호사를 의무적으로 배치해야 한다. 하지만 요양보호사 양성기관이 신고제로 운영되다 보니 관련 기관이 급증, 자격증 양산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것.

대구시에 따르면 올해 말까지 필요한 요양보호사 수는 최대 2천500명으로 추산되고 있지만 이중 기존 노인요양시설의 생활지도원, 사회복지사 등 자격증을 가진 700여명을 제외하면 신규 일자리는 1천800여개에 불과하다.

그러나 2, 3개월 단위로 교육기관마다 50~60명씩 진행하는 요양보호사 자격 코스의 특성상 상반기에만 최소 3천여명이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신규취득할 것으로 보여 연말까지 쏟아지게 될 요양보호사들이 제 일자리를 잡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일부 기관에서는 '요양보호사 자격증 취득시 100% 취업보장' 등을 내세우며 수강생 끌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한 요양기관측은 "간병, 복지이론 등 하루 8시간 이상 빡빡하게 교육 프로그램이 진행되기 때문에 단기 강좌로도 충분히 요양보호사 소양을 쌓을 수 있다"며 "자격증을 빨리 딸수록 취업도 용이하다"고 말했다.

대구시 관계자는 "시청 홈페이지 등을 통해 요양보호사 관련 과장홍보에 현혹되지 말 것을 공지하고 있다"며 "기껏 자격증을 따고도 일자리를 잡지 못하는 사태를 막으려면 보건복지부에서 요양보호사 교육기관 신고제를 허가제로 바꿀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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