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출신 손보충 연경반점 사장
"국적은 달라도 우리는 대구사람입니다."
지역민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는 유명 음식점인 대구시 수성구 중동 중화요리 식당 '연경반점'. 송이와 각종 해산물을 듬뿍 넣어 맛깔스럽게 내놓는 '전가복'이 일품이지만 많은 사람들은 화교출신 손보충(49) 사장의 호탕한 웃음과 넉넉한 인심을 맛보기 위해 먼 곳에서 찾기도 한다.
"좋은 일을 많이 해요. 어려운 이웃이 있으면 돕기도 하고, 지역에 보탬이 될 수 있는 일이면 팔을 걷어붙이죠." 한 단골은 손 사장의 지역에 대한 애정이 깊다고 했다.
손 사장은 동사무소에 각종 성금을 전하기도 하고 자장면이 먹고 싶다는 어려운 이웃이 있으면 '셈'도 하지않은 채 선뜻 갖다준다. 지난해에는 지역의 프로축구팀 대구FC를 방문해 후원금을 전달하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그가 대만국적을 가진 화교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없지만, 그를 '외국인'으로 보는 사람은 없다. 손 사장 스스로도 자신을 한국에 사는, 평범한 대구시민으로 생각하고 있다. 대구에서 태어났고 줄곧 살았다. 그래서 한국 사람들보다 오히려 대구를 더 잘 안다고 자부한다. 그래서 그는 말끝마다 '대구(경제)가 먼저 살아야 해'를 외친다.
그래도 벽은 있었다. 대구사람처럼 살려고 했지만 그에게 한국살이는 만만치 않았다. 주민등록증 대신 외국인등록증을 갖고 있어야 하고 부동산제한 등 각종 제재는 '한국인이 되기를 포기해야 하나'라는 갈등의 시간을 갖게 하기도 했다.
"지난 5·31 지방선거 때 처음으로 투표를 했어요. 이제야 시민 대접을 받는구나 하며 좋아했어요." 화교로서는 처음으로 지난해말 '명예 수성구민증'까지 받고서는 앞으로는 더욱 더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하고 주위의 어려운 이웃들에게 더 큰 관심을 갖겠다고 다짐했다.
아내 손무평씨와 그는 비록 대만 국적을 갖고 있지만 아이들에게는 '국적'을 강요하지 않겠다고 했다. 선택은 아이들에게 맡기기로 했다. 욱결(13)이와 경탁(6)이는 화교학교가 아닌 한국 학교와 유치원에 다니고 있다.
"아이들이 원하면 한국인과 결혼 시킬겁니다. 우리가 즐겁게 발 뻗고 살 곳은 바로 한국이고, 대구이기 때문이죠."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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