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봉사 나선 김종태 대구 동구의회 의원

입력 2008-03-05 09:47:11

▲ 대구 동구 해서초등학교 앞에서
▲ 대구 동구 해서초등학교 앞에서 '인간신호등'으로 7년째 봉사 중인 김종태 동구의회 의원이 3일 아침 학생들의 안전한 등굣길을 위해 교통 봉사를 하고 있다. 정우용기자 vin@msnet.co.kr

"신호등 설치가 안 된다니 어쩌겠습니까. 어린 아이들을 위해 인간 신호등이라도 돼야죠."

3일 오전 8시 대구 동구 지저동 해서초등학교 2차로 도로 횡단보도 앞에서는 5명의 교통봉사원들이 열심히 교통정리를 하고 있었다.

이 학교 학부모들로 이뤄진 교통봉사원 가운데 눈에 띈 사람은 등산복 차림의 김종태(52) 씨. 동구의회 의원인 그는 지난 7년 동안이나 신호등 없는 이 횡단보도에서 초등학생들의 안전한 등하굣길을 지켜온 교통 안전 지킴이 역할을 하고 있다.

"초등학생들은 언제 어떻게 행동할지 몰라요. 특히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에서도 사람이 건너가면 자동차는 당연히 멈추는 줄 알고 있거든요."

김 의원이 어린이 교통 안전 지킴이로 나서게 된 사연은 7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2년 2월 어느 날 한 아이가 해서초교 앞을 건너다 교통 사고를 당하는 장면을 목격했다. 놀란 김 의원이 경찰 등 관계기관에 신호등 설치를 건의했지만 '여건상 불가능하다'는 말만 돌아왔다. 관공서의 답답한 행정에 낙담한 김 의원이 '인간신호등'이 되기로 결심한 것은 그때부터였다.

이후 그는 매일 오전 8시부터 40분 동안 교통봉사를 하고 있다. 출장이나 방학 때를 제외하고는 7년째 단 한 번도 결석한 적이 없다. "저를 믿고 건너가는 아이들의 밝은 얼굴이 너무나 좋아 봉사를 멈출 수 없었지요."

1998년 동구의회에 입성한 후 어느덧 3선 의원이 된 김 의원. 그의 이런 순수한 봉사활동을 색안경을 쓰고 보는 시각도 있었다고 김 의원은 씁쓸해했다.

"2002년 6월에 지방선거가 있었는데 3월부터 교통봉사에 나섰습니다. 처음에는 사람들이 떨떠름하게 보더군요. '재선에 성공하면 교통봉사는 하지 않을 것이다'라고들 하더군요. 하지만 이제는 그런 오해를 다 풀었어요."

환하게 웃음을 터뜨리는 김 의원에게도 미안한 마음이 드는 사람이 있다. 청과물 도매상을 하는 부인 박순자(51) 씨다. 교통 봉사를 나가기 전만 해도 새벽에 함께 가게에 나가 일을 거들었지만 이제는 온전히 아내의 몫이 됐다. 미안한 마음에 쪽지나 편지를 건넨 적도 여러번이었다고 했다.

"아내가 믿어주니 할 수 있는 일이죠. 아이들이 안전할 수만 있다면 인간 신호등이 되는 수고쯤은 큰 게 아니죠."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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