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놀 유출 경찰수사 자격 논란

입력 2008-03-04 09:15:13

낙동강 페놀 유출과 관련, 김천경찰서가 3일 김천시와 김천소방서 등의 관계자들에 대한 수사에 나서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논란의 핵심은 지난 1일 코오롱유화 김천공장 화재진압 때 출동했던 소방·경찰·행정·환경당국이 신속한 협조·대응체계를 구축하지 못해 화재현장에서 흘러나온 페놀이 낙동강으로 유입되는 사태를 빚었는데 그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한 김천 경찰이 수사 주체로 나섰다는 것.

이번 사태의 원인이 기본 방제 매뉴얼을 지키지 않은 관계 기관들의 총체적인 재난 대응 미숙으로 드러나고 있는 상황에서 자칫 경찰은 '면죄부'를 받고 유관 기관만 희생되는 게 아니냐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더욱이 손발이 전혀 맞지 않았던 관계 기관들에 대해 언론의 비판이 쏟아지자 기관마다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꼴불견(?)이 연출되는 시점에서 한 당사자인 경찰의 수사는 형평성 시비마저 낳고 있다. 경찰과 소방 관계자들은 "대형 폭발 화재여서 불을 끄는 데 바빴다. 페놀이 어디로 흘러가는지 파악할 경황이 없었다"며 김천시와 환경청·수자원공사 등으로 은근히 책임을 겨누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소방서는 "화재 발생 2분 뒤인 1일 오전 3시 12분쯤 화재 사실을 김천시 등 유관기관에 통보했다"고 주장했으나 당시 김천시 당직자는 "전혀 통보받은 바 없다. 통화내역을 추적하면 간단히 밝혀질 것"이라며 노골적으로 반감을 드러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초기 대응과 방재 과정의 문제점을 조사하고 관련자들의 과실 여부를 규명하겠다는 경찰의 수사는 여러모로 설득력을 얻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지역에서는 '페놀 공포'로 대구경북 지역민들에게 엄청난 불안과 혼란을 준 해당 기관에 대한 책임소재 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정부 차원 상부기관의 정밀조사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김천·강병서기자 kb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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