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동열 삼성 감독 "젊은 선수들에게 기회 주겠다"

입력 2008-03-04 09:16:35

"시즌 전반은 제 인내심을 시험하는 기간이 될 것 같네요." 4일로 해외 전지훈련을 마무리한 선동열 삼성 라이온즈 감독의 속내다. '타선 침체'와 '선발 투수진의 부진'이라는 화두를 풀기 위해 신예들을 중용하고 불펜 일부를 선발로 쓸 작정이지만 이들이 실전에서 얼마나 잘 해낼지가 고민인 것. 하지만 선 감독은 시즌 초부터 새 진용으로 승부수를 던지기로 마음을 굳혔다.

올 시즌 1군 진입이 유력한 타자는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박석민과 최형우, 지난해 중반 깜짝 활약을 한 채태인, 고졸 신인 우동균 정도다. 이들의 타격 솜씨만큼은 코칭스태프도 고개를 끄덕이는 부분. 다만 수비가 문제다. 특히 박석민은 3루수와 1루수, 최형우와 채태인은 외야수 또는 1루수 후보로 꼽히지만 아직 수비 실력이 모자란다는 것이 선 감독의 평가.

선 감독은 "제이콥 크루즈가 1루 자리를 선호해 발이 빠른 조동찬이 우익수 자리를 맡고 박석민이 3루를 지켜주면 수비가 안정될 텐데 조동찬의 어깨가 아직 완전치 않은 것이 문제"라면서도 "수비 불안을 감수하고 이들에게 기회를 주는 것은 공격력 강화와 함께 미래를 위해 젊은 선수들을 키우기 위해서다"라고 강조했다.

올 시즌 선발진에는 배영수, 웨스 오버뮬러, 전병호에다 지난해 불펜에서 활약한 윤성환, 정현욱, 차우찬 중 2명이 합류할 것으로 보인다. 마무리 오승환이 팔꿈치 통증으로 컨디션 조절에 애를 먹고 있지만 권혁, 권오준, 안지만을 축으로 한 불펜의 두터움은 여전해 일부를 선발로 돌릴 여력이 생기는 것.

특히 기대를 걸고 있는 선수는 윤성환. 낙차 큰 커브와 묵직한 직구를 앞세워 지난 시즌 부상으로 부진했던 권오준 대신 불펜의 축으로 활약했다. 하지만 선발은 불펜과 달리 늘 전력투구를 할 순 없다. 선 감독이 걱정하는 것도 이 부분. 그는 "선발로 긴 이닝을 소화하려면 경기 흐름을 읽으면서 강약을 조절, 투구를 해야 하는데 아직 경험이 부족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올 시즌 양준혁-심정수-크루즈로 이어지는 삼성 중심 타선의 무게감은 최고 수준이며 투·타에서 선수층도 두터워졌다. 때문에 시즌 초반부터 승부를 걸 의향을 내비쳤음에도 선 감독이 박석민, 윤성환 등에게 기회를 줄 수 있는 것. 3루와 외야 한 자리에는 김재걸, 강봉규 등 기존 선수들이 있고 선발 투수들 뒤에도 베테랑 이상목과 조진호가 대기 중이다.

선 감독은 "경험이 부족해 적응하려면 시간이 걸릴 수도 있지만 박석민에게 주전 3루수 자리를 주고 윤성환은 선발진에 합류시킬 생각"이라며 "이들 뒤에 베테랑들이 있어 팀 성적을 생각하면 보직 변경의 유혹을 받지 않을 수 없다. 그래도 당분간 이들을 믿고 지켜보겠다"고 밝혔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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