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예 안무가 의기투합 톡톡 튀는 젊은 끼 발산
#장면 1
탄탄하고 미끈한 몸을 가진 두명의 남성 무용수가 거친 숨을 몰아쉰다. 벽을 넘어서겠다는 결의에 찬 눈빛이 사뭇 진지하다. 순간 벽을 향해 뜀박질을 한다. 결과는 뻔하다. 벽과 90도 직각을 이룬 몸은 이내 땅바닥으로 떨어진다. 이번엔 도움닫기다. 한 무용수가 상대의 등을 타고 다시 벽을 향해 돌진한다. 떨어진 남성은 이젠 상대의 몸을 이겨내겠다는 듯이 달라붙는다. 공중을 향한 발길질. 곧 상대방의 다리 사이로 꼬이고 둘은 나뒹군다. 숨이 턱까지 차오른다. 그들이 넘으려 했던 '인생의 벽'은 지독하게도 견고했고, 끈질기게 그들의 몸을 휘감았다.
#장면 2
마네킹 인형이 무용수의 손짓에 따라 이리저리 흔들린다. 때론 위태롭게, 때론 처량하게 타인의 손에 의해 제멋대로 움직인다. 순간 측은한 듯 한 무용수가 인형을 의자에 내려놓는다. 그리고 거친 몸짓이 이어진다. 고개를 떨군 채 발짓과 손짓이 허공을 가른다. 뭔가를 거부하는 듯한 표정이 강하게 드러난다. 30대에 접어들면서 적당히 타협하고 스스로를 합리화시킨 시간을 되찾겠다는 듯 무용수의 애틋한 몸짓이 계속된다. 세명의 무용수는 감정에 몸을 맡긴 채 괴로움, 갈등, 후회를 표현한다. 인형은 그 순간 의자에서 스르르 미끄러져 바닥에 나뒹군다.
지난 29일 오후 5시. 젊은 패기와 땀내 가득한 시립무용단 연습실을 찾았다. 몸 곳곳에 파스와 붕대를 감은 무용수들이 가쁜 숨을 내쉬며 춤에 몰두하고 있었다. 세팀이 연습 중이었다. 안무가와 무용수와의 구분은 따로 없었다. 음악에 맞춰본 후 연결되지 않는 동작에 대해서 의견 교환이 즉석에서 이뤄졌고 곧 동작이 교정됐다. 안무가의 상상 속 이미지는 무용수의 몸짓과 손짓에 의해 현실이 됐다. 이날 연습에서 시립 무용단이 아닌 외부 무용수는 손승희(29·여)씨가 유일했다. 30대에 접어들면서 겪는 정체성의 혼란을 마네킹과 연계해 안무를 만들고 있는 그녀는 대구의 신예 안무가로 발탁돼 젊은 안무가 창작 페스티벌의 한 부분을 책임지게 됐다.
대구의 신예 안무가 12명이 뭉쳤다. 대극장 무대를 가득 메우며 군무로 진행됐던 과거의 공연 형태에서 벗어나 8×7m 규모의 소극장에서 관객과 부대끼며 소통하는 '2008 젊은 안무가 창작 페스티벌' 무대를 준비하고 있는 것. 실험 정신 가득한 젊은 안무가답게 공연 내용 역시 젊은이들이 겪을 만한 고뇌와 혼란, 재기 발랄함 등을 가득 담았다.
겨울을 소리와 몸짓으로 나타낸 박종수 안무가의 'winter'와 인생의 벽을 그린 최상열 안무가의 '벽'(壁 ), 인간 이면의 분노와 나태, 우울함 등을 '그림자'로 상정한 후 극복 과정을 그린 심현주 안무가의 'shadowing' 등 창의성 번뜩이는 작품이 대거 준비돼 있다. 특히 이번 공연은 시립무용단 안무가 6명과 대구의 신예 안무가 6명이 12작품을 출품해 젊은 안무가들의 실력과 끼를 한껏 표출할 예정이다. 조직과 단원을 불문하고 실력을 갖춘 젊은 안무가들이 기량을 맘껏 펼칠 수 있는 기회가 만들어진 셈이다.
공연을 기획한 최두혁 대구시립무용단 감독은 "대구를 이끌어 나갈 젊은 안무가들의 실력을 한자리에서 느끼며 즐길 수 있는 공연이 될 것"이라며 "지난해의 감동을 그대로 이어 시민들에게 다가갈 것"이라고 말했다. 공연은 3월 11일부터 14일, 18일부터 21일, 25일부터 28일까지 총 12일간 펼쳐진다. 장소는 씨어터 우전. 053)606-6346.
정현미기자 bor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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