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후 대구경북은 한껏 희망에 부풀어 있다. 한반도 대운하, 영남권 신국제공항, 대구경북 R&D특구 구축, 국가과학산업단지 조성, 동해안 해양 개발 프로젝트 추진 등 말만 들어도 가슴 벅찬 '장밋빛' 사업들에 대한 기대가 높다. 당장이라도 대구경북이 살아날 것 같다. 그러나 이들만으로 대구경북에 드리워진 침체의 그늘이 단박에 사라질 것이라고 보는 것은 섣부른 생각이다. 대구경북 스스로가 변화하고 경쟁력을 강화해 살길을 찾지 않는 한 아무리 좋은 정책과 중앙의 지원도 효험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라는 게 지역민들의 한결 같은 목소리다.
▶'스스로' 변해야 산다=위천산업단지 조성 등 그동안 대구경북을 살리기 위한 굵직한 대형 프로젝트들이 진행돼 왔다. 그러나 결과는 실패의 연속이었다. 대형프로젝트나 중앙정부의 지원 등 외부환경도 중요하지만 이에 못지않게 대구경북의 정치·경제·사회 전반에 걸친 의식·태도·사고 등 내부적 변화도 중요하다는 방증이다.
대구경실련 조광현 사무처장은 "정권을 되찾은 것이 곧바로 대구경북의 발전으로 이어진다는 생각 자체가 위험하다"며 "과거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정부에서 진정 대구가 발전했느냐?"고 반문한다. 지역 사회 스스로 발전 동력을 찾고 지역사회의 합의를 통해 이를 이뤄나갈 때만이 장기적 발전을 담보할 수 있다는 것.
허만호 경북대 법대 교수는 "대구경북은 아직까지 자기중심적 사고, 변화를 거부하는 폐쇄성에 사로잡혀 있다"며 "개인과 집단 이익보다는 더불어 살아가는 양보의 자세와 합리적 토론문화, 결정에 승복하는 열린 마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영은 대구예총 회장도 "새 정부가 출범했다고 막연한 희망에 부풀어서는 안 된다"고 경고한다. 경제뿐만 아니라 지역민 모두의 삶의 질을 높이는 노력들이 필요하다는 것. 이를 위해 무엇보다 '시민 화합'을 이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역 언론의 역할에 대한 주문도 나오고 있다. 이한구 국회의원은 "최근 지역 관련, 많은 프로젝트가 추진되지만 지역, 업종 간 갈등이 발생하는 것이 현실이고 결국 추진 자체에 제동이 걸리는 일들이 비일비재하다"며 "이를 봉합하고 합의하는 데 지역 언론의 역할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시작되는 변화의 바람=다행히 최근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에 맞춰 소리 없는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기업에서나 볼 수 있던 회의방법이 공직사회에 도입되고 발랄하고 센스 있는 아이디어가 거리에 등장, 대구경북의 모습을 서서히 바꾸고 있는 것.
대구시청은 목요일 오전 7시 30분 간부급 공무원들이 참석, 간단한 샌드위치로 식사를 하며 분야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는 '브라운백 미팅(Brown bag Meeting)'을 열고 있다. 박봉규 정무 부시장 부임 이후 달라진 풍경으로 최근 기업체에서 시도되는 것을 벤치마킹한 것. 박 부시장은 "브라운백 미팅을 통해 직원 간 화합은 물론 업무추진과 협조가 빠르고 효율적이 됐다"고 평가했다.
대구 북구청 역시 지난해부터 구정 현안, 직원들의 관심사항 등의 주제를 정해 직원들이 자율적으로 참여하는 토론모임인 '부구청장과 함께하는 혁신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퇴근 시간 이후 1시간 정도 자기개발, 조직문화 개선, 구정발전 아이디어를 내는 토론 모임이다.
경북도는 올 초부터 브라운 백 미팅을 우리 방식으로 변형, 목요일마다 런치백 미팅을 도입하고 있다. 점심식사 시간을 이용하여 자유롭게 토론하고 도정에 필요한 아이디어를 구하는 한편 시간을 최소화하고 지식습득을 극대화하고 있다.
최근 대구 중구청이 도심 경관에 어울리는 산뜻한 자전거 보관대를 선보여 인터넷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중구청이 청사 앞에 설치한 자전거 보관대는 스프링 모양의 원형으로 흡사 영화에 나오는 첨단시설을 연상케한다.
대구 YMCA 김경민 관장은 "브라운 백, 평생학습도시, 특이한 자전거 보관대 등은 대구경북 변화를 알리는 상징적인 이미지다"고 평가하며 "디지털 속도로 변화하는 시대에 맞춰 대구경북도 창조적이고 변화에 적응하는 시스템으로의 전환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창희기자 cche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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