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몰라 답답하기만 했는데…배움 쏠쏠
"10원짜리 화투놀이는 이젠 싱거워… 글공부가 훨씬 재미있지."
할머니 선생님과 할머니 학생들로 구성된 '할머니 글방'에 만학의 열정이 후끈하다. 청도군 매전면 금천리 경로회관이 바로 할머니 글방. 지난달 10일 개원한 이 글방에는 매일 오후 3시부터 오후 9시까지 30여명의 학생들이 등교한다.
출석을 부르고 국어 산수 체육 무용 4과목의 수업(?)이 진행된다. 한 자라도 더 배우려고 예사롭지 않은 열성을 보이고, 때론 은근히 자존심 경쟁까지 벌이는 게 여느 학교 못지않다. 연필 잡는 손이 어색하고, 글씨도 삐뚤삐뚤하지만 포기하지 않는다. "글 모르는 게 얼마나 답답한지 몰라. 복숭아·감상자 포장 실컷 해놓고 생산자 이름이나 수량 품종을 적어 넣지 못해 길가는 이웃 붙드는 게 일이었지." 할머니 학생들은 이구동성으로 글방을 자랑한다.
할머니를 글방에 빼앗긴(?) 할아버지들도 은근슬쩍 글방으로 모여든다. 신덕성(71) 교장은 "자습시간 감독도 하고, 저녁식사도 맛있게 해결해 더 좋다"고 자랑했다. 정정자(69) 국어 선생님은 "처음 4명으로 시작해 18명으로 늘어나더니 소문이 나면서 동네 할머니 대부분이 출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할머니 글방의 산파역은 권복남(61) 매전면 부녀회장. 화투놀이와 TV 보기가 유일한 소일거리인 할머니들에게 던진 "글 배울래요"란 한마디가 시발점이 됐다. 의외로 호응을 얻었고, 글을 아는 한동네 할머니들도 마음을 모았다. 이 소식을 들은 출향 자녀들과 독지가들의 도움도 잇따르고 있어 할머니들의 향학열을 뒷받침하고 있다.
청도·노진규기자 jgroh@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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