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주 상수도공사 위해 비닐하우스 강제철거 '말썽'

입력 2008-02-28 09:04:23

농사짓던 참외밭 '쑥대밭'

▲ 한국수자원공사 측이 서울에서 고용한 철거 인부들을 동원, 참외 비닐하우스를 철거하고 있다.
▲ 한국수자원공사 측이 서울에서 고용한 철거 인부들을 동원, 참외 비닐하우스를 철거하고 있다.

"금쪽같이 키운 참외덩굴이 짓밟히는 것을 보니 억장이 무너집니다."

27일 경북 성주군 선남면 신부리 들녘 영남권 광역상수도 도수시설 건설 현장. 검은옷을 입은 젊은 장정 40여명이 행정대집행을 한다며 달려들어 참외 비닐하우스 철근 지지대를 무 뽑듯 뽑아 버리자 이곳에서 수십년째 농사를 지어온 김창만(62)씨가 울분을 터뜨렸다. 김씨는 "내 땅에서 내가 농사를 짓겠다는데 나라에서 왜 못하게 합니까"라며 "상수도관 매설지점을 조금만 옮기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데 농민 입장을 외면한 행정편의주의"라고 비난했다.

이날 행정대집행은 한국수자원공사가 오는 6월 말 성주지역 수돗물 공급을 앞두고 관로 매설을 위해 토지매수에 나섰으나 김씨 등 이 마을 주민 2명이 협의에 응하지 않자 강제철거에 나선 것. 김씨는 "수자원공사 측이 집과 참외 밭 중간으로 수도관을 매설하고 그 위를 도로로 만들면 밭이 3등분 돼 기형적으로 못쓰게 된다"며 "관로 매설을 10m쯤 제방 쪽으로 옮겨 달라고 수차례 말했으나 막무가내로 밀어붙였다"고 주장했다. 이날 강제 철거 과정에서 몸싸움이 벌어지면서 철거인부 1명이 다쳤다.

이에 대해 한국수자원 공사 관계자는 "지난해 이미 토지보상비를 법원에 공탁하고 소유권 이전을 마친 상태로 공기 차질이 우려돼 강제 철거는 불가피했다"며 "6월 말 통수를 앞두고 고령군 다산~성주(19㎞)까지 상수도 관로 매설을 대부분 마무리했으나 김씨 등 일부가 협조를 하지 않아 어쩔 수 없이 행정대집행에 나서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영남권 광역상수도 사업은 성주와 고령, 달성군의 안정적인 생활·공업용수를 공급하기 위해 사업비 1천146억원을 들여 2001년 착공, 현재 막바지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성주·박용우기자 ywpar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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