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 채용 잇단 불공정 시비 왜?

입력 2008-02-27 10:11:52

학연·청탁·검은 돈 '멍든 상아탑'

최근 경북대 일부 학과에서 신규 교수 채용을 둘러싼 불공정 시비(본지 26일자 8면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불공정 시비로 교수 못 뽑기도

지역을 대표하는 경북대는 신규 교수 채용과정에서의 불공정 시비에서도 으뜸이다. 지난해 아동가족학과·수의학과·토목공학과에서 각종 불공정 시비가 불거져 몸살을 앓았던 경북대는 올 들어서도 수의학과·체육학과·심리학과에서 교수 신규 채용을 둘러싼 잡음을 빚고 있다.

결국 지난해 문제가 됐던 해당 학과에서 교수 5명을 뽑으려던 계획을 전면 중단했고 올해도 계획된 인원을 보충하지 못할 형편이다.

교수 채용의 비리와 잡음은 특정 대학 또는 특정 지역에만 국한하지 않는다. 사립대나 전문대도 마찬가지. 모 사립대교수 1명은 지난 2006년 여름, 교수 채용에 지원한 사람의 부모로부터 1억원을 받았다가 쇠고랑을 찼다. 모 전문대 보직교수도 비슷한 시기에 교수 채용 대가로 3명으로부터 각각 1억원씩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패거리형, 청탁형, 현금 박치기형…

지역의 모 대학 A교수는 몇 해 전 신규 교수 채용과정에서 있었던 고민을 털어놨다. 연구실적이나 점수가 다른 지원자보다 떨어지는 자기 학과 출신 응시자 B씨 때문이었다. A교수는 B씨를 뽑고 싶은 생각이 없었지만 얼마 안가 자신의 스승인 C교수로부터 압력을 받았다. 그는 "당신과 내가 다른 대학 출신 교수들 틈바구니에서 살려면 제자 B씨를 뽑아야 한다"고 설득했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교수들은 대부분의 교수 채용과정의 불공정과 비리는 이 같은 유형이 많다고 했다. 제자 및 후배 챙기기나 출신 학교별 파벌싸움 등 '학연과 지연을 매개로 한 패거리형'이다. 능력이나 실적이 조금 떨어지더라도 같은 대학 출신 또는 제자나 후배를 선택하면 자신들의 세를 불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두 번째 유형은 '청탁형'이다. 모 대학 한 교수는 "내가 당신을 교수로 만들어줬으니 이번엔 내가 미는 지원자에게 높은 점수를 달라고 하는 경우가 적잖다"고 털어놨다. 자신의 교수 임용 때 도움을 줬으니 이제는 되갚으라는 것이다.

마지막 유형은 현금이 오가는 '검은 돈의 유혹형'이다. 지역의 한 사립대 교수는 "사립대 경우 학교 재정 확충 및 비자금 조성을 위한 재단의 욕심과 금품을 써서라도 교수가 되려는 사람의 이해관계가 서로 맞아떨어지는 경우 교수직이 현금으로 교환된다"고 했다. 일부 전문대에서는 '교원 채용 1억원, 직원 채용 5천만원'이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돌기도 한다.

◆"물의 일으킨 학과 인사권 회수해야"

전문가들은 교수들이 최소한의 상식을 가지고 능력과 인성에 적합한 인물을 선택하는 것이 우선돼야 하지만 심사기간을 늘려 충분히 지원자를 검증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도 필요하다고 했다.

대구대 한 교수는 "같은 과 교수라고 해서 전공분야가 똑같은 것은 아니다. 때문에 그 분야 전문가 등 객관성을 갖춘 심사위원을 먼저 구성한 뒤 심사기간을 충분히 늘려 지원자의 능력을 철저하게 가릴 수 있어야 이 같은 시비가 없어진다"고 했다.

경북대 교수회 류진춘 의장은 "지금처럼 심사 권한이 해당 학과에 집중돼 있고 단과대학이나 대학본부는 형식적인 통과나 조정에 그칠 경우 문제 해결은 요원하다"며 "문제를 일으킨 학과(부)에 대해서는 인사권을 아예 회수하는 장치를 마련하는 등 단과대 공채인사위원회나 대학 공채조정위원회의 권한을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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