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노트] "시골 사람은 자존심 없는 줄 아나"

입력 2008-02-27 09:22:08

"시골사람이라고 만만하게 생각하지 마라. 자존심도 없는 줄 아느냐…."

오는 4월 18대 총선을 앞두고 국회의원 배지 사냥에 나선 듣도 보도 못한 출향인사들이 지역에 대거 나타나 '지역발전의 적임자론'을 펴며 세 불리기에 나서자 민심이 화났다.

정치 지망 출향인들은 하나같이 "그동안은 돈 벌고 출세하느라 고향 돌아볼 새가 없었다. 마음은 항상 고향에 있었다. 당선되면 고향 발전에 힘을 보태겠다. 실세들과 친분이 있다"며 저마다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애향심과 정치적인 역량을 선전하기에 분주하다.

그러나 정작 유권자인 주민들의 반응은 냉랭하다. "당 공천과 상관없이 지역발전에 초석이 될 수 있을지, 소신있게 무소속 출마할 자신감이 있는지, 적당한 시기에 보따리를 싸들고 줄행랑 놓을지"에 대해 의문표를 던지고 있는 것. 국회의원에 출마하려고 주소 옮겨 놓고 어릴 적 소꿉친구까지 애써 찾아다니는 정치꾼들을 두고 주민들은 "도대체 어디서 뭘 하다 온 사람이야. 고향은 어딘데. 어느 집 자손이야. 그렇게 능력이 있으면 국회의원 안 해도 고향발전에 앞장설 수 있을 텐데"라며 반문하고 있는 것이다.

옆집 아저씨나 고모 이모 아재 선배 후배가 출마했다는 친근한 이야기는 눈 닦고도 찾아볼 수 없다.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농촌지역이 권력욕에 눈먼 출향인들의 출세와 영달만을 위한 금배지 채굴장으로 변해 아수라장이다. 과연 이들이 지난 세월 고향발전에 관심이나 있었을까. 이농과 인구감소로 농촌이 늙고 병들어가고 있을 때 이들은 어디서 무엇을 했을까. 일찌감치 지역민들과 함께했더라면 이름 석자와 사진을 새긴 거창한 명함을 내밀며 억지 악수를 청하며 지지부탁을 하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란 안타까움이 앞선다.

지금 영주·봉화지역은 철새 정치꾼들이 무더기로 날아들어 박힌 돌 빼고 묵은 나뭇가지를 부러뜨리며 새 둥지를 틀고 잘 살아보겠다고 아우성이다. 그러나 10년 세월 '묻지마식 지지'에 상처받은 주민들은 이제 철새 정치꾼에 면역력이 생겼다. 정치인들은 달콤한 공약(空約)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아야 할 것이다.

영주 봉화·마경대기자 kdm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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