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환의 대구·경북] ③중앙-지방 협력통한 지역발전

입력 2008-02-27 09:31:34

"도대체 대구경북 공무원들은 뭐합니까?" 과거 예산관련 부처를 출입해 본 대구경북 기자들이 해당 부처 관계자들로부터 공통적으로 들어온 힐난이다. 광주시·전남도 등 다른 시도에서는 국·과장급들이 수시로 중앙부처를 방문, 현안 사업들을 설명하고 도움을 요청하지만 대구시나 경북도 공무원들은 얼굴조차 보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90년대 말 정권교체로 이른바 끈이 떨어졌음에도 생존을 위한 대구경북의 변화는 더뎠다. "중앙부처에서 알아서 해줄 것인데 그렇게 나설 필요가 있겠는가"라며 바뀐 현실을 애써 외면하는 등 소위 '잘 나갔던 시절'의 환상에서 깨어나지를 못했었다.

그 결과는 어떠했는가. 다른 지자체들은 지역발전을 위해 힘찬 질주를 계속하고 있었는데도 대구는 내세울 만한 대형 프로젝트 하나 제대로 추진해보지 못한 채, GRDP(지역내 총생산)에선 전국 16개 시·도 중 만년 꼴찌를 기록했다. 게다가 중앙정부로부터 사업예산을 제대로 배정받지 못한 데 대해서도 열심히 뛰지 못한 '내탓'보다는 지역편중 예산 때문이라는 등 '네탓'으로 돌리는 데 급급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랬던 게 몇년전부터 달라지기 시작했다. 지난해 대구시와 경북도는 중앙부처 예산 확보과정에서 주무 부처가 전액 삭감하거나 신청조차 하지 않았던 사업들까지 지역출신 중앙부처 공무원 등의 도움으로 성사시키기도 했다. 이는 중앙정부 인사들과의 인적 네트워크 형성에 애써온 덕택이란 평가를 받는다. 실제로 대구시와 경북도는 몇년 동안 이 같은 네트워크 형성에 주력, 각각 지역출신 수백명의 명단을 확보·관리하고 있다고 한다. 이들 외에도 대학 동문 등 학연까지 동원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김형일 대구시 서울사무소장은 "평소 알고 있던 공무원들과 접촉을 해야 성과를 얻을 수 있지, 생판 모르고 지내왔던 사람에게 얼굴을 들이밀어서는 얻을 게 거의 없다"고 경험담을 털어놨다.

정강수 경북도 서울사무소장도 "예전에는 중앙부처에 전화 한 통화 하지 않아도 알아서 해결해줬던 때가 있었는지 모르지만, 이제는 인적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 발로 뛰어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경북도는 2006년 말부터 중앙정부 예산편성을 앞두고 도청에 국·과장급으로 전담 팀을 구성, 수시로 관련 중앙부처를 찾아가 사업 설명회를 갖는 등 예산 확보를 위해 적극 나섰으며 이 과정에서 지역출신 공무원들이 상당한 힘이 됐다고 한다. 물론 시도의 사업추진 과정에는 시장과 도지사까지 앞장섰으며 지역출신 국회의원들도 큰 버팀목이 됐다. 이와 함께 시도는 수도권의 지역출신 기업가 명단까지 별도로 확보, 이들 기업의 지역내 유치를 위해 노력해 왔으며 STX 그룹 등이 지역에 공장 등을 설립하기로 하는 적잖은 성과를 얻어내기도 했다.

그러나 갈 길은 아직 멀어 보인다. 상대적으로 열심히 뛰어온 지자체로 평가받고 있는 호남의 예를 들면, 단순한 인적 네트워크 구성이 아니라 이들을 평소 적극적으로 관리하고 있다고 한다. 즉 호남출신의 중앙부처 공무원과 기업인 등을 시·군·구별 혹은 전담 부처별로 소그룹화, 지역발전을 고리로 정기적으로 만나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는 것.

게다가 예산확보 문제만 해도 1, 2년 전부터 관련 사업을 구상, 자체 용역까지 끝낸 보고서를 마련한 뒤 중앙부처를 상대로 설득전을 펴는 것은 물론 보고서를 제출하기에 앞서 이 지역출신의 중앙부처 공무원이나 기업인들의 조언까지 듣는다고 한다. 사업의 성사 가능성이 높아지기 마련이다.

이처럼 관련 부처에서 거절하기 어려울 정도로 철저하게 사업 준비를 해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호남 지역으로 예산이 편중된 것을 비난만 하기 어렵다. 실제로 "3, 4장짜리 보고서만 달랑 들고 오는 다른 지자체들과는 달리 두꺼운 보고서까지 제출하는데 이를 무시하기 어렵다"는 얘기를 중앙부처 공무원들로부터 들은 적이 있다. 대구경북의 발전을 위해서도 지역출신 정치인들은 물론 중앙부처 공무원, 기업인들까지 가세하는 유기적인 협조체제를 적극적으로 구축·가동시키는 게 절실하다.

서봉대기자 jinyo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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