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통 실용·성장위주 정책만…소외계층 복지분야도 중요
이명박 대통령의 취임사에, 그동안 그렇게도 시끄럽던 영어교육과 대운하사업이 빠진 것을 보고 의아해했다. 물론 취임사란 언제나 두루뭉술한 것이기는 하지만 그 두 가지에 대한 따가운 국민여론을 의식해 언급하지 않은 것은 아니리라. 특히 대운하사업이란 대통령이 선거과정에서 경제성장을 주장하며 내세운 금과옥조가 아닌가? 대선과정에서나 취임사에서나 이명박 정부는 이념보다 실용을 앞세우지만 사실은 경제성장주의라는 새로운 이념에 입각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경제성장이 중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노무현 정부의 실책에서도 분명히 드러났듯이 경제성장에 가장 치명적인 요소는 양극화다. 따라서 경제성장을 최우선 과제로 삼는 이명박 정권은 무엇보다도 양극화 해소에 앞장서야 하는데도 정책은 그 정반대다. 성장이냐 분배냐 하는 양비론적 이해는 이념 문제가 아니라 이미 국내외적으로 파탄을 면하지 못하고 있는 낡은 생각일 뿐이다. 사실 노무현 정권도 분배보다 성장 위주의 정책을 폈고, 그런 정책의 폐해가 양극화로 드러났다. 이러한 과거 정책의 폐해를 인식하고 전체 국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대안적인 성장 패러다임의 모색이 시급한데도 이명박 정부는 성장신화에만 부풀어 있고, 그것이 이념 아닌 실용이라고 강변한다.
그러나 진정한 실용은 양극화 해소다. 그럼에도 인수위가 내놓은 이명박 정부의 국정과제는 물론 취임사에도 양극화, 빈익빈부익부, 80% 빈민화라는 현실에 대한 인식이 너무나 부족하다. 영어교육문제를 비롯하여 사교육 증대를 부추길 수 있는 정책들의 제안은 그런 가능성을 더욱 높이고 있다. 사실 이념정권이라고 하는 김대중 노무현 정권도 양극화 해소를 위한 복지정책에 소극적이었다. 복지지출은 1995년 15% 정도였다가 2001년 23%로 증가된 뒤 멈추었기 때문이다. 이는 OECD 평균인 51.2%에 훨씬 미치지 못한 '후진국'수준, 아니 후진국일반보다 낮은 것이었다. 따라서 이명박 정부가 정말 '선진화'를 추구한다면 복지지출을 현재보다 두 배 이상 늘려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과세기반을 늘려 사회안전망 구축에 과감하게 투자해 육아, 보육, 교육, 의료, 취약계층 보호 등에 힘써야 한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줄기차게 감세를 주장한다. 인수위의 국정과제만이 아니라 취임사에서도 감세는 강조되었다. 감세를 싫어할 사람은 없다. 그러나 선진화를 위해서는 막대한 세원이 필요하다. 어느 시대, 어느 나라에서나 감세로 인한 예산삭감은 제일차적으로 복지예산의 감축으로 행해졌다. 이명박 정부도 마찬가지라면 양극화의 확대는 불을 보듯 뻔하다. 사실 이명박 정부가 국정과제로 내놓은 복지대책이란 고작 노무현 정권 정책의 답습에 불과한 저소득층 자녀 지원, 의료보험 개선, 연금통합뿐이다. 이래서야 OECD 국가 중에서 가장 심각한 양상을 보이고 있는 양극화나, 최근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저출산과 고령화에 대한 대책이 전무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반면 이명박 정부가 가장 중요한 국정과제로 제시한 출자총액제한제도 폐지, 지주회사 규제완화, 금산분리 완화정책 등은 대기업 이익과 직결되며 법인세 인하 역시 대기업을 위한 측면이 강하다. 이는 이명박 정부가 강조하는 시장경제의 공정경쟁 활성화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기본적 규제를 포기하고 대기업 중심으로 경제를 활성화하겠다는 정책의지에 다름 아니다. 특히 무엇보다도 중요한 일자리 창출에 대해서는 대운하 등 토목사업을 통한 7% 성장 외에는 아무런 대책이 없다. 땅을 파서 고용을 늘리고 대기업 중심으로 경제를 성장시키겠다는 정책의지 외에 무엇이 있는가? 게다가 그런 경제정책이 과연 현실적인가? 최근 여론조사에서도 찬성보다 반대의견이 더욱 많아지고 있는 대운하 건설과 영어교육은 깨끗이 포기하고, 대기업 이익보호가 아니라 양극화로 고통을 받고 있는 대다수 국민을 위한 선진적 복지정책을 하루속히 재정립해야 이명박 정부가 말하듯 이념 아닌 '실용'으로 2008년을 진정한 '선진화' 60년의 원년이 되게 할 것이다.
박홍규 영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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